[쿠키인터뷰] ‘타짜3’ 권오광 감독 “만화 원작 팬 당황할 수도… 그래도 바꿔야 했죠”

[쿠키인터뷰] ‘타짜3’ 권오광 감독 “만화 원작 팬 당황할 수도… 그래도 바꿔야 했죠”

‘타짜3’ 권오광 감독 “만화 원작 팬 당황할 수도… 그래도 바꿔야 했죠”

기사승인 2019-09-07 05:00:00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을 본 관객들은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원작인 허영만 만화 ‘타짜’의 팬들은 내용이 모두 바뀐 것에,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의 팬들은 이전 시리즈와 다른 느낌에 놀랄 수 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만화 원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기존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그 과감한 결단을 내린 건 영화 ‘돌연변이’를 연출한 권오광 감독이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권 감독은 원작 ‘타짜’를 간추린 시나리오를 읽고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대와 맞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재미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짝귀의 아들이라는 설정과 인물들의 이름 몇 개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전부 다시 썼어요. 다른 작가님이 원작을 추려놓은 시나리오 버전이 있었는데 전 재미가 별로 없더라고요. 지금 시대에 될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바꿔서 써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생각하는 ‘타짜’의 세계관을 써 보고 재미가 없으면 안 찍으면 된다고 했죠.”


30대의 젊은 감독인 권오광 감독은 만화 원작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다. 그에게 원작은 2006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다. 영화를 보고 거꾸로 만화를 찾아본 세대인 그가 만들 수 있는 건 영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 속 이야기였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을 만들며 허영만 작가를 찾아가기도 했다.

“만화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은 당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질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게 더 가치 있는 일 아닌가 생각했죠. 이게 저희 세대에서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허영만 선생님을 만나서 전부 새로 쓰겠다는 말씀도 드렸어요. 그랬더니 ‘당연히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영화랑 만화는 다른 거니까’라는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대신 지분이 있으니까 잘 만들라고 하셨죠. (웃음) 만화 ‘타짜’가 제게 영감을 주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건 맞아요.”

세 번째 ‘타짜’와 이전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점이 현재로 온 것, 그리고 화투에서 카드로 종목이 바뀐 것이다. 카드는 화투보다 크기가 커서 손기술이 어렵다. 그래서 현란한 손기술 장면이 줄고, 게임의 룰도 상대적으로 복잡해 쉽게 표현하려고 했다. 도박을 하는 평범한 청춘의 이야기로 접근한 점도 이전과 다르다.


“‘타짜’가 원작 아우라를 영화로 가져왔고 ‘타짜2’가 반짝거리는 화려함이 있었다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현대의 이야기에요. 도박을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또 카드로 종목이 바뀌면서 사기를 치는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전문가들에게 여쭤보니 카드에선 기술을 함부로 쓰면 큰일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상대가 나를 믿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주위를 맴돌면서 같은 편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그런 부분을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돌연변이’에 이어 ‘타짜: 원 아이드 잭’까지. 권오광 감독이 데뷔 이후 만든 장편 모두 도전의 역사다. ‘타짜’, ‘타짜2’를 수도 없이 돌려보고 고민, 또 고민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지만 권 감독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또 ‘타짜’ 연출 기회를 잡을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감독이 되는 게 목표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저한테 ‘어떤 감독이 되고 싶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중이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다음 작품을 궁금해하는 감독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어요. 어떤 감독은 다음 작품이 어떻겠다는 게 그려지기고, 어떤 감독은 다음 작품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지잖아요. 저는 궁금한 감독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영화들이 많아요. 그때마다 도전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하면 좋겠어요. ‘돌연변이’도, ‘타짜: 원 아이드 잭’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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