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술에서 "피라미드가 들려주는 불멸의 꿈" 이야기를 오늘 아침 공유한다. 이집트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유적은 피라미드이다. 피라미드는 단순한 사각형 형태의 거대 구조물만이 아니다.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의 왕인 파라오의 영생, 아니 불멸을 기원하며 쌓아 올린 무덤이다.
'피라미드'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붙인 것으로, 고대 이집트 문화를 경계하고 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피라미드라는 말은 특별한 뜻이 있는 단어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삼각형을 의미한다. 더 정확하게는 삼각형 모양으로 구운 케이크인 피라미스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양정무 교수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에서 주장한다. '메르'라는 원래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그 이름을 빼앗기고 '피라미드'로 불리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신성문자라는 이집트 고유의 그림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신들의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집트 연구는 그리스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것이다.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의 『역사』같은 책을 읽고 이집트를 이해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이집트에 가서 엄청난 구조물을 보고, '삼각형 모양의 거대 건축물이니 피라미드라고 부르자'라고 써 놓은 걸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피라미드'만이 아니다. '지평선의 호루스', '세세푸우 앙크'나 그냥 '세세푸우(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쓰던 이름으로, 왕의 모습을 닮은 것이라는 뜻)'라는 이름 대신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의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인 스핑크스라는 이름을 갖다 부쳤다. 이것도 그리스인들이 이집트 문명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핑크스(Sphinx)는 ‘목 졸라 죽이는 자’란 뜻의 이름으로 상체, 얼굴과 젖가슴은 여자, 하체는 사자의 몸에 날개가 달린 괴물인데,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수수께끼를 내어 맞히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졸라 죽이곤 했다.
분명히 해 둘 것은 서구 중심적 시각이 빗어낸 문제이다. 더 심각한 것은 서양 학자들 중에는 이집트를 아프리카 문명이라고 보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종종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학계의 주류를 서구 학자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시각을 받아들인 우리도 이집트가 아프리카 문명이라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한다. 이집트 문명은 분명 아프리카의 역사 속에서 읽어내야 한다. 게다가 여러 고고학적 증거가 새로 발견되면서 아프리카 내륙에는 이집트 문명 전에도 고대 문명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 아프리카의 고대 문명이 상 이집트 문명에 영향을 주었고, 상 이집트가 하 이집트를 통일해 통일 이집트가 건국된 뒤, 그 문명이 유럽으로까지 퍼져 나갔다는 이야기가 가능하다.
피라미드는 원래 사각뿔 모양이 아니었다. 변화과정은 마스타바→계단식 피라미드→사각뿔 대 피라미드의 과정을 거쳐 변화한다. 그러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는 커지고 형태는 단순해진다. 다른 문명의 무덤과 피라미드를 비교해 보면, 중국 문명은 대 피라미드의 시대로부터 약 2300년이 흐른 기원전 246년경 피라미드와 비견될 만큼 거대한 지하 무덤인 '진시황릉'이 조성된다. 피라미드 중 가장 큰 쿠푸 왕의 무덤은 높이 146미터에 달한다. 무려 40층 건물과 비슷한 높이이다. 현대의 고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의 구조물이 이미 5000년 전, 정확하게는 기원전 2350년에 세워졌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이 건설에서 많은 노예들이 희생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건축물을 지은 사람들은 노예가 아니라, 평소에는 농사를 짓던 일반 백성들이 농한기에 피라미드를 지었다고 한다. 일종의 복지 제도와 비슷했다. 농사일이 없어 놀고 있는 백성들이 일정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식 뉴딜 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건축 목적은 왕의 영생과 부활을 기원하며 제작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무덤 안에는 각종 부장품과 미라, 신체 조각상으로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대 피라미드 주위에 신하, 왕비들의 무덤과 신전(장제원) 등 여러 부속 건물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피라미드는 일종의 건축군이다.
나의 경우는 '세월을 비웃는 피라미드'는 "인내의 고된 시간을/오직 사랑의 힘으로/살아낸 내 어머니"로 환원된다. 난 실제 피라미드를 내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책을 통해 공부를 하다가, 오늘 공유하는 시를 만났고, 언젠가 어떤 한 공원에 보았던 "억새꽃"을 기억하고 있다. 억세꽃은 내 어미가 부활하신 것이다. 피라미드이다.
억새꽃/최성춘
모진 세월의 바람
올곧게 버텨내며
인내의 고된 시간을
오직 사랑의 힘으로
살아낸 내 어머니 같이
거친 바람의 언덕에서
지난 회한의 시간을
속절없이 아우르며
꽃답게 피워낸 억새꽃
억새풀처럼 흔들리고
억새꽃처럼 숨어 우는
삶의 뒤안길에 짙게 깔린
잔잔한 고요와 쓸쓸함
힘든 긴 여정의 삶을
인내의 꽃으로 피워낸
내 어머니의 심정 같이
바람의 빈 들에 핀 억새꽃
박한표(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