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국내 최소침습수술을 도입해 집도한 의료진이 국내 최다 수술 기록을 세웠다. 개복수술에서 최소침습으로 수술 패러다임이 바뀌던 2008년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적극 도입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외과 류병윤 교수가 지난 11월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 1000례를 달성했다. 900례에 가까운 ‘단일공 복강경 충수절제술’ 기록까지 합치면 약 1900례. 의사 개인이 세운 기록으로는 국내 최다 성적이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 1.5cm가량 구멍 하나만을 뚫고 시행하는 수술이다. 여러 개의 구멍을 뚫는 일반 복강경 수술이나 깊게 절제해 시행하는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평균적으로 수술 후 3, 4일 이내에 퇴원해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외관상 수술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담낭절제술은 담관 폐쇄에 따른 이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생기는 담낭염, 담석증 등 담낭질환에 시행하고, 충수절제술은 맹장 끝 충수돌기에 발생하는 충수염 치료 등에 적용한다. 류병윤 교수로부터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받은 환자는 담석증 환자(70%)가 가장 많았다. 담낭염(14%), 담낭용종 및 선근종증 등(11%)이 그 뒤를 이었다. 환자들의 주 연령대는 40~50대였는데, 70대 여성 환자도 전체의 16%나 돼 고령층에서도 단일공 복강경 수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이 넘은 나이에 그가 최소침습수술에 도전한 이유는 바로 ‘춘천지역 환자’에 있었다. 그는 “지역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의료기술의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 또 좋은 치료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직업으로서도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일반적인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일반 2008년에는 국내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할 정도로 흔치 않았다. 같은 해 열린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유럽내시경외과학회도 주제를 복부에 흉터 없이 수술하는 ‘노츠(NOTES: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로 선정할 만큼 최소침습이 화두였다.
현재 ‘최소침습수술’은 외과계 트렌드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로봇수술 분야에서는 매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을 정도다. 의사 중심이었던 수술 방법이 ‘환자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절개 부위가 작을수록 의료진에게는 고도의 기술과 집중이 요구되지만. 환자에게는 빠른 회복과 작은 흉터 등 장점이 많다.
류 교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오래 하다 보니 3공, 4공식 수술법보다 익숙해졌다. 각도만 잘 계산하면 담낭 손상을 줄이면서 훨씬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담낭절제 시 담도가 다치기 쉽다. 담낭을 견인하는 각도와 기구가 들어가는 각도를 잘 계산하면 다른 수술법보다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환자 중심의 최소침습수술은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류 교수는 “지난 31년 동안 수술기법뿐만 아니라 수술도구, 수술환경 등에서 굉장히 많은 발전이 있었다. 수술 후 합병증만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이 주기가 더 빨라졌다. 더 많은 수술이 최소침습을 목표로 발전할 것이고,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인공지능 로봇이 수술하는 날도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신기술의 등장이 점점 무서워진다”며 웃었다.
류 교수는 “특수 파트 의료나 희귀질환을 제외하고는 지역병원과 서울의 큰 병원의 차이가 거의 없다. 치료방법이나 테크닉, 기술, 시설 등에 있어도 자신있고, 또 지역주민들이 병원을 믿어주셔야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며 “가장 좋은 병원은 가족들이 간병하기에 편한 병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진료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