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신뢰도를 두고 혼란이 일었다. 우리는 정확히 어떤 진단검사법을 활용하고 있을까.
상황은 마크 그린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11일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FDA로부터 한국 진단검사 키트를 비상용으로도 쓰지 않겠다는 서면 의견을 받았다”며 “한국의 키트는 단일 항체만 검사하는데, 복수 항체를 검사하는 미국 진단법이 낫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현행 진단검사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실제로 검사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번복되는 ‘위음성’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크 그린 의원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국내에 항체를 검사하는 진단검사키트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모두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법(RT-PCR)을 적용한 제품이다. 검사자의 침·가래 등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인 리보핵산(RNA) 분자를 증폭해 측정하는 원리다.
그의 발언에 등장한 ‘항체를 검사하는 키트’는 신속진단검사법으로, 국내는 도입되지 않았다. 중국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으며, 일본과 영국에서도 신속진단키트 제품이 출시됐다. 이 검사에 적용되는 원리는 항원·항체 검사(혈청검사)다. 항체검사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을, 항원검사는 바이러스의 활동이 양산한 단백질을 측정한다.
두 검사법의 특성은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RT-PCR검사는 6시간이 걸리며, 비용이 높다. 국내 RT-PCR검사 비용은 16만원으로, 상기도·하기도 검사 비용이 각각 8만원으로 책정됐다. 검체 채취 방법도 까다롭다. 상기도의 경우 검사자의 콧구멍 깊이 위치한 뼈 ‘하비갑개’나 목 안쪽 편도까지 면봉을 넣어야 한다. 하기도 검체는 검사자의 기침을 유도해 발생한 가래를 멸균용기에 채취한다.
반면 혈청검사는 약 15분만에 결과가 나온다. 혈액을 검체로 삼기 때문에 검사자의 손가락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다. 검체의 혈청에서 면역글로불린M·면역글로불린G 등의 단백질이 관찰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검사 과정이 짧은 만큼, 검사 비용은 RT-PCR보다 절약된다.
다만, 민감도는 RT-PCR검사가 월등히 높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RT-PCR 검사법의 민감도 평가 결과는 변동계수(CV) 5~10%이내, 검출한계치(LOD) 95%이상이다. CV는 같은 검사를 반복해 얻은 분석값들의 편차다. 높은 LOD는 미량의 바이러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혈청검사의 경우 국내 출시 제품이 없어 코로나19에 대한 민감도 평가 자료는 없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신종플루에 대한 신속 항원 검사의 민감도를 ‘음성 결과를 받은 자가 실제 음성일 가능성은 약 50%’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항원·항체 검사의 민감도를 50~7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RT-PCR검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가별 감염병 확산 상황에 따라 두 검사법의 필요도가 달라진다. 장철훈 부산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혈청검사는 질병이 전체 국민의 30%까지 퍼진 위급상황에 긴요한 수단”이라며 “혈청검사는 핵산검사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거나, 의료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병이 중증으로 진행될 때까지 검사를 못 받은 환자가 많은 저발전 국가에 도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만명을 검사하면 100명 양성인 수준으로 안정기다”라며 “환자 조기발견이 강조되는 상황에는 민감도 높은 RT-PCR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신속진단키트가 국내 도입될 가능성은 적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신속진단키트를 승인할 계획은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혈청검사법 도입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에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최종 확진을 위한 검사 단계에서는 혈청검사가 아닌, RT-PCR만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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