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보건용 마스크 KF94 규격을 KF80으로 전환해 생산하라는 정부 독려에 업계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필수 자재인 MB필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KF80 마스크 생산을 요청했다. KF80 생산에 집중하면 KF94를 생산할 때보다 필터 약 20%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KF94 규격을 생산하던 업체들이 즉각 KF80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두 규격에 들어가는 필터의 원자재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지난 17일 공적 마스크 수급 현황 브리핑에서 “KF94용 필터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에 원자재가 남아있는데, KF80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실을 감안해서 KF94 필터 자재가 소진되는 시점에 KF80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업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2일 식약처는 규격 전환 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언급했다. 양 차장은 “업체가 KF94에서 KF80로 마스크 생산을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설지원 관련 사안들은 관계부처가 협조해서 업체에 최대한 지원토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정부가 공적 마스크의 규격을 KF80에 집중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식약처는 그간 KF94, KF99만 방역 기능이 있는 마스크로 구분해 감염원 차단 효과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산현장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규격을 전환하려면 업체에서는 이익률을 다시 계산하고, 생산 설비 설정과 공정을 조정하는 데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스크 규격에 따른 생산 속도의 차이도 미미하다는 것이 생산현장의 의견이다.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책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설비 관련 지원, 세제 혜택 등을 발표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계획안은 생산업체에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약처,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산발적으로 마스크 생산 관련 방침과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업체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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