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이버멕틴’에 섣부른 기대가 모이면서 구충제 오·남용 경고등이 켜졌다.
이버멕틴은 선충·심장사상충 등을 사멸시키는 광범위 구충제로, 사람용·동물용 약품에 모두 사용된다.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해외에는 사람용 이버멕틴 제제 구충제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동물용 구충제로만 사용된다. 사람용 제품으로는 수출용인 신풍제약의 ‘이버튼정’이 유일하다.
지난 4일 이버멕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멸 효과를 암시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복수 외신에 따르면 호주 모니쉬 대학 연구소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이버맥틴이 시험관 내 실험(in-vitro) 환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만에 소멸시켰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인터넷상에는 ‘이버멕틴 관련주’라며 이버멕틴 제제 구충제를 공급하는 업체의 명단이 공유됐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베트남에서 판매 중인 이버멕틴 제제 사람용 구충제에 판매창에 ‘코로나백신’, ‘코로나19비상’등의 태그를 달기도 했다. 이 쇼핑몰에는 ‘비상용으로 구매했는데, 사람용이 맞느냐’고 묻는 문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버멕틴을 용도 외에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 약사회는 “이버멕틴 성분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검증된 사실이 없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유효한지 여부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내 유통 중인) 이버멕틴을 동물 구충 이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사람용 구충제 역시 충분한 복약지도를 받고 허가사항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용은 물론, 사람용 이버멕틴 제제 구충제도 권장하지 않는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병구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은 “이버멕틴은 애초에 사람용이 아니라 가축용으로 개발된 약물이다”라며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회선사상충이 급속도로 퍼졌을 당시, 응급조치로 사람에게 투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효과성과 부작용을 고려해 사람에게 권장되지 않는다”며 “특히 국내 이버멕틴 제제 동물약품은 이버멕틴뿐 아니라 ‘피란텔파모에이트’ 성분도 포함된 복합제로, 사람이 복용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편적인 연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충분한 연구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이버멕틴은 기생충을 사멸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보건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일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이버멕틴은) 인체 투여 시 안전성이 알려져 있어 향후에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에서도 개발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튿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버멕틴 실험 결과는)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다”라며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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