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지역구’ 8곳 벽 깬 여성 정치인들

‘금녀 지역구’ 8곳 벽 깬 여성 정치인들

“정당들, 공천 시 여성 후보자 편견 극복해야”

기사승인 2020-04-17 00:03: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여성 정치 ‘불모지’ 8곳에서 첫 여성 당선인이 나왔지만, 국회의 양성평등 실현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경북에서 임이자 미래통합당 후보가 상주·문경시의 첫 여성 지역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임 당선자는 정용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만7276표 차로 앞섰다. 그는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지만,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상주·문경시의 역대 지역구의원은 모두 남성이었다. 

광주 서구을에서도 민주당 양향자 당선자가 나왔다. 총선에 처음 도전한 양 당선자는 6선의 천정배 민생당 후보를 4만5525표 차로 따돌리며 압승했다. 양 당선자 이전까지 광주 서구을 지역구의원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광주 서구갑의 경우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혜자 새누리당 의원이 유일한 여성이었다.

부산내 통합당 소속 초선 여성 정치인의 선전도 눈에 띈다. 황보승희 당선자는 부산 중구영도구에서 김비오 민주당 후보를 6351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13대 국회 이후 중구, 영도구, 중구·동구, 중구·영도구 등으로 선거구가 조정되는 동안 해당 지역에서 여성 당선인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김미애 당선자도 부산 해운대구을에서 윤준호 민주당 후보를 7101표 차로 여유롭게 앞섰다. 해운대구도 13대 국회 이후 갑·을 통틀어 여성 당선인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지역구다. 참고로 윤 당선자는 총선·재보궐선거 등으로 해운대구 지역구의원에 3차례 도전한 경험이 있으며, 현역 해운대구을 지역구의원 출신이다.

경기도에서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당선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통합당 김은혜 당선자는 성남시분당구갑에서 민주당 김병관 후보와 접전 끝에 1128표차로 당선됐다. 분당구에서는 지금까지 갑·을 지역구 모두 여성이 당선된 사례가 없었다. 민주당 송옥주 당선자도 화성시갑에서 통합당 최영근 후보를 6398표차로 이겼다. 화성시는 ‘화성군’ 시절인 지난 13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갑·을·병 지역구의원 전원 남성이었다.

민주당 이재정 당선자는 안양시동안구을 최초의 여성 지역구의원이 됐다. 그는 동안구에서 내리 당선된 5선 현역의원인 통합당 심재철 후보를 1만1409표 차로 눌렀다. 당초 안양시을 선거구에 속했던 동안구는 지난 15대 총선부터 동안구 갑·을로 분리됐다. 15대~20대 동안구 지역구의원은 갑·을 통틀어 모두 남성이었다.

의왕·과천시의 첫 여성 지역구의원은 민주당 이소영 당선자다. 초선이자 청년 후보인 그는 과천시장을 지낸 통합당 신계용 후보를 7382표차로 앞섰다. 의왕·과천시는 지난 14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획정된 이후 박제상, 안상수, 송호창 등 남성 의원들이 줄곧 지역구의원을 지낸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 지역구 당선인은 총 29명이다. 이는 20대 총선에 비해 3명 늘어난 수준으로, 이들의 당선만으로는 국회의 양성평등 실현 여부를 거론키 어렵다. 관련해 국회 내 여성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국회페미는 ‘만족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페미 관계자는 ”20대 총선 당시 100명이었던 여성 지역구 후보자가 2배 이상 늘어 213명이 됐는데, 이중 29명만 당선 됐다“며 ”이는 각 정당이 당선에 유리한 지역에는 남성을 공천하는 등 기득권에 유리한 공천룰을 적용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성 정치 신인이 경력을 쌓아 경선을 통과하고 당선까지 이어질 기회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청와대 요직, 각 부처 고위 공무원, 공기업 임원 등 총선 출마로 이어지는 요직에서는 여성 배제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정당의 적극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입한 여성 의원들이 경력을 다진 후 지역구에 출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정당 내 여성 인재들이 정치 무대에 진입하고 경력을 유지하려면 정당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정당들이 지역구 후보 공천 과정에서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인재가 없다거나, 여성 후보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정당 내에 굳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주요 투표요인은 후보자의 성별이 아니라 지지정당이다” 며 “유권자들은 여성후보나 남성후보를 구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정당의 공천과정에서만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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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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