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해외에서 쥐 변종 E형 간염 바이러스(HEV)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유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E형 간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HEV는 변이가 쉽게 발생하는 RNA바이러스다. 포유류·조류·어류 등에서 다양한 HEV 변형이 확인 됐지만, 인체 감염을 일으키는 유전자형은 1~4형에 국한된다. 이 중 1형과 2형은 오직 인체감염만 일으키는데, 분변에 오염된 음용수가 주된 감염원이다. 반면 3형과 4형은 인수공통감염을 일으키며, HEV에 감염된 동물과 밀접 접촉했거나 이들의 고기를 덜 익힌 채 먹으면 감염된다.
HEV에 감염되면 미열·복통·황갈색 소변·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망률은 일반적으로 1~2%로 낮게 집계되지만, 임산부 감염 시 치사율은 약 20%로 급격히 상승한다. HEV 감염의 임산부 치사율이 높은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홍콩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쥐 변종’ HEV 환자가 발생했다. 즉, 쥐에게만 감염을 일으키는 HEV가 인체에 옮겨간 것이다. CNN을 비롯한 복수 외신에 따르면 환자는 61세 남성으로, 쥐 변종 HEV 진단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홍콩 보건당국은 환자의 감염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홍콩 보건보호센터(CHP)는 성명서를 통해 “사용 가능한 역학 정보를 토대로 감염원과 경로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홍콩 보건당국에 따르면 환자의 집에서 쥐나 쥐의 배설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환자의 가족 중 감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환자와 환자 가족은 모두 최근 여행 이력이 없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쥐 변종 HEV 환자가 오염된 물을 마셨거나, 오염된 물건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쥐 변종 HEV의 사람 감염 사례는 지난 2018년 홍콩 대학(HKU)의 전염병 연구진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연구진은 간 이식 수술을 받은 56살 환자가 비정상적인 간 기능을 보이자 연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환자의 면역 체계는 E형 간염에 반응했는데, 연구진은 환자의 혈액에서 HEV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변종 HEV를 포착할 수 있도록 재설계한 진단 검사를 실시했고, 쥐 변종 HEV 간염을 최초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싯다르트 스리다르 HKU 교수는 쥐 변종 HEV가 이례적이고 유례가 없었던 감염이었만큼 일회성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CNN을 통해 밝혔다. 싯다르트 교수는 감염됐지만, 진단 받지 않은 사람들이 수백 명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홍콩에서만 쥐 변종 HEV의 사람 감염 사례는 총 11건 추가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쥐 변종 HEV의 사람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황순봉 전북대학교 인수공통감염병연구소 교수는 “쥐 변종 HEV는 매우 최근에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사례는 없으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HEV는 오염된 물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발전 국가에서 집단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쥐 변종 HEV의 경우 도시의 비위생적 공간에서 쥐와 직접 접촉했거나, 쥐의 분변에 오염된 채소·물 등을 섭취해 감염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쥐 변종 HEV 사례를 파악 중이며, 오는 7월부터 HEV를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 심화 연구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동한 질본 감염병총괄과장은 “질본 측도 쥐 변종 HEV의 사람 감염 사례가 해외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왔다”며 “다만, 사례에 대한 구체적 연구·조사는 이뤄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7월부터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 HEV 환자 데이터 축적·관리가 진행되고, 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자체도 확대된다”며 “그렇게 되면 수계·식품·쥐 등 모든 매개를 통한 확산을 대비·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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