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찾아서] “옷에 새 표정을 입히죠”…패션천재 이호건 ‘패턴코드’ 대표

[명장을 찾아서] “옷에 새 표정을 입히죠”…패션천재 이호건 ‘패턴코드’ 대표

“패턴은 옷에 새 표정을 입히는 작업…패턴으로 새표정 입힌다”

기사승인 2020-06-16 05:00:00

[편집자주] 쿠키뉴스는 국내 산업 발전의 자양분이자 경쟁력의 밑바탕이 돼 왔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명장을 찾아서’ 연재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 현장을 밝혀 온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패턴은 옷에 새 표정을 입히는 작업이에요. 패턴에 따라 옷의 표정이 달라지죠.”

‘패턴’은 디자이너의 스케치로부터 의류의 패턴(기본 모형)을 제작하는 일을 말한다. 패턴사는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토대로 용지 혹은 컴퓨터 프로그램(CAD)을 이용해 의류 패턴을 그린다. 의복제작에 사용할 원단재질의 특성을 고려해 패턴제작에 반영한다. 체형이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크기의 패턴을 제작하기도 한다.

패턴사 이호건 ‘패턴코드’ 대표는 패턴을 표정에 비유했다. 원단의 특성과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패턴 기술은 제품의 표정을 울상으로 만든다는 이호건 대표. 디자인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그의 말에는 8년차 패턴사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를 패턴 업계에 뛰어들게 한 건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마주친 TV프로그램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호건 대표는 패턴사가 된 계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잠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갔다. 그는 “당시 우연히 본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의류 패턴을 뜨는 한 디자이너에게 반한 적이 있다”며 “옷에 관심이 많았던 당시 패턴이라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옷을 사랑하는 마음에 20대 초반 원단시장부터 뛰어들었다”며 “다양한 원단을 보면서 옷을 만드는 소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패턴 기술 배우기는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만 해도 패턴기술을 가르쳐주는 기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호건 대표는 “패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중년의 패턴사에게 기술을 알려달라고 찾아갔지만 500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했다”며 “20대 초반인 나이에는 거액이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단지 돈 앞에서 무너질 꿈은 아니었다. 한 패션 대기업에 입사했던 그는 회사 소속 패턴사에게 눈동냥으로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호건 대표는 “일이 끝난 뒤에도 저녁에 남아 패턴사가 뜬 패턴을 그대로 따라 만들어보고 또 공부하기도 했다”며 “이튿날 출근하는 패턴사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분을 만난 덕분에 당시 좋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대기업에서 패턴 기술을 배우고 난 뒤 이름을 건 사무실을 개업한 이 대표의 주 업무는 디자이너와의 소통이다. 이호건 대표는 “디자이너가 어떤 의도로 옷을 만들고 어떤 콘셉트를 보여주고 싶은지 계속 대화를 한다. 그래야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며 “패턴만 뜰 줄 알면 그냥 일반적인 기술자일 뿐이다. 디자인적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감도를 같이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같이 맞춰나가는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흔히 말하는 ‘모델리스트’라는 직업이 된다. 패턴코드라는 기업은 일반 기술자가 아니라 디자이너와 한 팀을 이뤄서 조력자 역할까지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2명의 직원을 둔 한 회사의 대표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호건 대표는 “기술적인 노하우를 쌓는다기보다 시장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신상품이 나오면 옷을 구매한 뒤 풀어서 공부한다”고 전했다.

공부는 디자이너 상담의 재료가 된다. 그는 “디자이너가 옷을 가져오면 공부한 사실을 토대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패턴사도 흐름을 맞춰 가려면 트렌드 분석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유행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패턴사가 갖춰야할 자질 중 첫 번째는 책임감이다. 이호건 대표는 “패턴은 디자인 결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검수가 중요한 작업”이라며 “경력이 쌓이면서 책임감이 가장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턴 기술도 중요하지만 확인에도 시간을 들이는 편”이라며 “2시간 패턴작업을 하고 나면 1시간은 검수하는 작업에 시간을 쓴다”고 덧붙였다.

패턴업계 걱정도 1등이다. 중장기 미래계획에 대해 묻자 이호건 대표는 “젊은 나이에 패턴업계에 발을 디디고 싶지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패턴코드를 브랜딩 해 2호점을 내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패턴하는 패턴코드 2호점을 내고 싶다”며 “패턴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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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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