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그놈이다’는 자발적 비혼·비연애주의자인 서현주가 동시에 두 남자의 구애를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한 ‘놈’은 오랜 시간 가족처럼 알고 지내던 유명 웹툰작가 박도겸(서지훈)이요, 다른 한 ‘놈’은 수상쩍고 비밀 많은 선우제약 대표이사 황지우(윤현민)다. 5년간 열정을 불사른 회사에서 해고되던 날, 현주와 지우가 함께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지우. 현주는 그에게 인공 호흡하다가 잊고 있던 전생을 떠올린다.
현주와 지우는 전생에 세 번 부부의 연을 맺었다. 첫 번째는 (아마도) 조선시대, 두 번째는 (아마도) 일제강점기, 세 번째는 (아마도) 민주화 운동이 뜨겁던 1970~1980년대. 어린 시절 우연히 전생을 본 현주는 “썩을 놈 때문에 마음고생 한” 기억 때문에 일찍이 비혼주의자의 길로 들어섰다. 심리치료로 전생을 잊게 됐을 즈음엔 자신이 결혼 제도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비혼과 비연애의 뜻을 굳혔다. 그런 그의 앞에, 전생에서 질긴 인연을 이어온 남자가 나타나다니. ‘비혼·비연애’를 지켜내기 위해 운명과 맞장을 뜨게 된 서현주. 그는 자신의 선택을 지켜낼 수 있을까.
■ 볼까
비혼·비연애 여성의 삶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면 일단 보자. 현주를 ‘거듭된 연애 실패로 결혼을 포기한 사람’으로 묘사하지 않는 접근법이 일단 신선하다. 현주에게 ‘너 같은 애들이 제일 먼저 결혼한다’거나 ‘네가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래’라고 훈수 두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숨통을 트이게 한다. 현주뿐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는 다양한 여성들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한 사람들도 당분간은 채널을 고정하자.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현주만큼, 결혼이나 이혼을 ‘하기로’ 결정한 여성들의 선택도 존중받을 수 있길 바란다.
■ 말까
‘비연애주의자가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의 모순을 발견한 시청자들, 일찌감치 하차하시라. 비연애주의자가 로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연애하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의지를 드라마가 가뿐히 무시해야 가능한 일이다. 다년간의 TV 드라마 시청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하건대, 자신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현주에게 도겸과 지우는 끊임없이 구애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거절을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것은 문명인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며, 상대의 의사에 반한 사랑 고백은 일종의 감정적 폭력이다. 2회 예고편에 나온 “누나 나 너무 믿는 거 아니야? 나도 남자다”라는 도겸의 대사도 시청 욕구를 뚝 떨어뜨린다. 아니, 님이 남자시면 뭐 어쩌시게요. 이성애자 여성이 이성애자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그와 잠자리를 갖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사의 낡음이 소재의 트렌디함을 따라가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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