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23일 열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언론 시사회에서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 배우 정우성이 영화를 본 감상을 말하던 도중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한 것. 영화 ‘강철비’에 이어 ‘강철비2’에 연이어 다른 역할로 출연한 정우성은 그 순간 무얼 느낀 걸까.
지난 28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그날 일에 대해 “우리나라에 대한 연민이 북받쳐 올라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치적 상황을 배제하고 보면, 남한과 북한 모두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지는 불행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철비2’를 처음 접한 순간 이야기를 꺼내자 “양우석 감독다운 시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철비2’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양 감독답다고 생각했어요. 한반도를 주인공으로 해서 다른 스토리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죠. 제가 맡은 한경재 대통령은 주도적으로 액션을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에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캐릭터죠. 그 안에서 약간의 풍자도 있고, 오버하면 안 되는 블랙코미디도 있죠. 배우로선 그 결을 표현하는 게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편과 제목은 같지만, 전혀 다른 스토리이기 때문에 해석의 어려움은 없었어요. 새로운 작업을 하는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었죠.”
그의 말대로다. ‘강철비2’에서 대한민국의 한경재 대통령은 주도권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가 싶다. 정우성은 대통령의 고뇌를 간접적으로 느끼며 연기했다고 했다.
“연기 자체의 어려움보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입장의 온도를 뜨겁게 느낀 것 같아요. 한경재는 현실적인 상황의 지도자잖아요. 남북관계에 있어 당사자이지만 중재자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의 무기력함과 답답함이 있죠. 그걸 뚫고 나가서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희망하고 그 시초가 될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끼우기 위해 노력하죠. 그게 엄청난 일이겠구나 싶었어요. 외로움과 고뇌의 무게에 대해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정우성은 최근 몇 년 사이, 배우 이외의 일로 이름이 거론됐다. 세월호 참사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는가 하면, 난민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정우성은 정치적 성향을 갖고 활동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가 그동안 정치적 발언을 한 건 없다고 봐요. 난민 얘기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원인과 피해자는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얘기했어요. 제가 정치적인 성향을 띠고 한 쪽의 이득을 위해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를 그렇게 바라보고 형성되는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믿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이 볼 때는 ‘강철비2’도 그렇게 볼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요. 이 영화는 정치적인 내용이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가치관 갖고 고민해야 하는지에 관한 영화잖아요. 그에 대한 우리 입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질문하고요. 잠수함 액션이라는 영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도 있어요. 영화에 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두 편의 ‘강철비’는 남북관계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특정 결론을 강요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신중하게 화두를 던질 뿐이다. 정우성도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라며 ‘강철비2’의 의미를 곱씹었다.
“평화로 가는 시작점이 만들어져야겠죠. 정치적인 해결도 커다란 숙제지만, 우리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인 담론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통일은 지금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이잖아요.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지속될 거고 선택은 다음 세대가 하겠죠. 우린 어떤 시대가, 어떤 상황이 올지 짐작할 수도 없어요. 다음 세대가 편안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이 시대가 충분히 노력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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