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제목을 보는 순간, 딱 내 영화다 싶었죠.”
배우 엄정화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미쓰 와이프’ 이후 5년 만이다. 엄정화는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에서 사상 초유의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리는 꽈배기집 사장 미영 역을 맡아 본격 액션과 코미디에 도전했다.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오랜만에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생각에 “긴장된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엄정화가 연기하는 미영은 억척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장르의 특성상 ‘댄싱퀸’이나 ‘미쓰 와이프’와 겹쳐보일 수도 있지만, 엄정화 특유의 생활감 넘치는 연기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특히 비행기를 활보하며 펼치는 액션은 이 캐릭터의 완성점이다. 영화 속 엄정화는 좁은 기내에서 여러 도구를 사용해 타격감 있는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몸에 밴 것처럼 익숙하게 액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싸우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자연스러운 액션을 그리고 싶었죠. 조바심이 나서 액션 연습을 일찍 시작했어요. 작품 투자가 결정되기 전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액션스쿨에 나갔죠. 연습은 힘들었지만, 제가 원래 힘들어도 해내는 걸 좋아해요. 훈련받는 것 자체를 즐겼어요. 매일 연습하러 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오케이 마담’에 끌렸던 것도 해내고 싶은 부분이 명확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엄정화는 제목부터 욕심나는 이 영화의 대본을 넘기며 “나의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 성취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었던 셈이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없어요. 어떤 장르든 좋아요. 다만 읽었을 때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중요해요. 해내고 싶은 무엇인가가 어려울수록 흥미가 생겨요. 작품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이 임무를 완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선택하죠. ‘오케이 마담’을 통해선 액션에 새롭게 도전했는데, 영화를 본 분들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해주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목마르지만,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엄정화는 더 강렬한 성격의 액션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성 배우들과 함께 여성의 연대를 그리는 시나리오는 언제나 환영이다.
“김혜수 씨, 전도연 씨, 천우희 씨… 평소 친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여배우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장르를 불문하고 늘 기다리고 있죠. 각각의 인생을 진지하게 다루거나, 여성 간 우정을 그리는 내용도 좋고요.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오락 영화도 좋고요.”
1993년 데뷔해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를 넘나들며 최고의 스타로 살았다. 엄정화는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지금 이 순간”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여러 배우들과 앙상블을 쌓듯 즐겁게 작업한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는 이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정말 좋아요. 어떻게 보면 연애보다 더 좋아해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죠. 그래서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금, 기다리는 순간도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건 없겠죠. 그런데 지금은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그 순간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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