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낸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고·지검장들에게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글을 남겼다.
문 지검장은 10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전국 고·지검장님들에게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고·지검장님들, 특히 금번 검사장 승진하신 분들 영전을 축하드린다”며 “오늘 출근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다. 이 어려운 때에 먼저 떠나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며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검사장들이 검사 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지검장은 “눈치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두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무슨 울림이 있겠냐”며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나 역시 누구 똘마니소리 들어가며 살아 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저 법률가답게 검찰청법에 충실하게 총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시고, 역사와 국민앞에 떳떳한 퇴임을 하시길 부탁한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검찰을 떠나는 문 지검장을 두고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임 부장검사는 문 지검장에 대해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가 될 거란 생각이 들만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능력과 처신술이 빼어났다”며 “계속 승승장구하며 요직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수행하는 선배들이 스스로는 물론 나라와 검찰에 위태롭다 싶어 멀리서 지켜보던 내가 오히려 더 조마조마했다”고 적었다.
그는 “문 지검장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았는데 지난 2015년 남부지검 공보 담당자로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마음을 접었다”며 “혹여 문 지검장에게 이런 저런 소회를 물어볼 기자들이 있으면 (문 지검장에게)김모 부장, 진모 검사의 성폭력을 어떻게 덮을 수 있는지, 왜 2015년 5월 공연히 국민들을 속였는지 꼭 물어봐달라”고 꼬집었다.
문 지검장이 이프로스에 처음 사퇴글을 남긴 것은 지난 8일이다. 그는 해당 글에서 “천하에 인재는 강물처럼 차고 넘치듯이 검찰에도 바른 인재들은 많이 있다”며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이번 인사에 관해서도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검찰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 지검장은 지난 2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문 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통상적으로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이 난 후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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