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유출된 답지로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3년 집행유예에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부(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모 쌍둥이 자매에 각 1년 6개월의 징역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씨 자매가 공정한 경쟁을 박탈하고 학교 업무를 방해했으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그 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양형 기준상 해당 죄목은 3년 6개월 이하 징역형이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직 인격형성과정에 있는 소년이라는 점,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 혐의에 대한 간접 증거들을 모두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다. 현씨 자매는 1학년 1학기 첫 시험에서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지만 다음 시험에서 각 5등과 2등, 그다음 시험에서는 문·이과 1등을 차지했다. 재판부는 “성적이 중상위권에서 1년 안에 최상위권으로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최상위권이라면 내신 성적과 어느정도 일치해야 할 전국모의고사 성적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해 합리적인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답안을 시험지와 메모장에 기록한 흔적도 여러 차례 발견됐다. 이들은 일부 시험지에 4~5줄의 숫자열, 이른바 ‘깨알정답’을 적었다. 한 시험지 첫 면에는 훨씬 뒤쪽인 6면에 나오는 서술형 문제의 답이 적혀있기도 했다. 이들이 시험 3일 전, 치르지도 않은 시험의 답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씨는 메모장에 전 과목의 정답과 함께 ‘미술 오예 백점’이라고 적기도 했다.
또다른 증거는 답안 풀이과정의 미흡함이다. 이들은 수학과 물리 과목 많은 문제에서 풀이과정을 기재하지 않았음에도 고득점을 받았다. 해당시험 출제교사 이씨에 의하면 해당 문제들은 풀이과정 없이는 맞추기 어려운 문제다. 풀이과정은 틀렸음에도 답만 맞은 문제도 있었다.
이 외에도 이들이 틀린 문제들이 대부분 ‘정정정답’이라는 점, 명백한 서류 없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답안 유출 정황의 간접 증거들을 모두 인정,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현씨 자매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들은 마스크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재판이 끝난 후 쌍둥이 자매는 어머니와 함께 유유히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현씨 자매는 지난 2017년 숙명여고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지난 2018년 2학년 1학기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해당교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 현모씨가 빼돌린 답지를 보고 시험을 치른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현씨 자매가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색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각각 장기 3년과 단기 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현씨 자매의 아버지 현모씨는 숙명여고 시험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알아낸 답안을 쌍둥이 자매에게 전달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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