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하고 싶은 대로 해봐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박신우 PD가 배우 박규영에게 건넨 말이다. 박규영은 박 PD의 믿음에 연기로 답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은 그는 언뜻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유난히 개성 강한 인물들 사이에서 남주리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규영은 “남주리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주는 시청자가 많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라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시놉시스를 처음 봤을 때 주인공이 선함으로 대표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어요. 트라우마나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 뭉쳐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특이한 것이 이상한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도 좋았고요. 그중에서 가장 평범해 보이는 남주리를 보며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우리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여겨져 꼭 연기해보고 싶었죠.”
박규영은 자신과 닮은 남주리를 자신만의 연기로 풀어내려 노력했다. 상대적으로 특별할 것이 없어, 평면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박규영이라면 잘 살릴 것 같다는 박 PD의 격려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표현과 드라마틱한 표현을 경계 없이 그려내고자 했다. 남주리가 고문영(서예지)을 호텔에서 재회한 후 묘하게 짜증을 내는 장면이나,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장면의 현실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 돌이켜 봤을 때, 목표를 달성한 것 같냐는 질문에 박규영은 “절반 정도 해낸 것 같다”며 웃었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어요. 남주리의 톤을 어떻게 잡을지부터 어려웠죠. 조용 작가님이나 박신우 PD님께선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니, 규영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그렇다고 중구난방으로 연기한 건 아녜요. 드라마의 서사와 캐릭터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였죠. 작가님과 PD님께는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막상 촬영에 돌입했을 때 박규영을 어렵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야외 촬영지였던 고성의 거센 바람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학업이었다. “바람이 세게 불었던 것 외에는 힘든 점이 없을 만큼 무난하고 무탈한 현장이었다”고 자랑하던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촬영하며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은 ‘엘리트’ 이미지에 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정말 솔직하게 제가 엘리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수식어가 붙으니 부담스럽긴 해요. 하지만 그렇게 봐주시는 게 감사한 일이죠. 졸업을 위해선 마지막 한 학기가 남았어요. 이번 드라마를 작업하면서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어요. 촬영장에서 대기하면서 수업을 듣고 촬영 이외 시간에는 과제하느라 바빴어요. 9월부터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들을 텐데, 학생 신분으로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성실하게 하고 싶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규영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이다. 박규영은 “이 작품에서는 남주리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보일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에 관해 묻자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껏 했던 작품에선 늘 짝사랑만 하거나, 누군가와 이어지려는 순간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언젠간 꼭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배우로 활동한 지 5년째예요. 누군가는 현재의 저를 보고 ‘5년 만에 드디어’라고 하기도 하고, ‘5년 만에 벌써’라고 하기도 해요. 제가 가고 있는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저 순간순간 제가 맡은 역할를 충실하게 재미있게 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른 색이 담긴 스케치북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흰색 종이 위에 다양한 걸 그리며, 한 권 두 권 쌓아 나가는 그런 연기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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