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모든 (최소 보증인원의) 식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준비도 하지 않은 음식, 지불해야 하는 것 맞나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2단계로 강화하면서 하객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예식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결혼식을 앞둔 예비 부부들은 최소 보증인원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예식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와 예식업계의 최소 보증인원 제도가 충돌하면서 예비부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행에 따라 최소 보증인원 제도를 두고 있는 예식업계가 ‘최소 보증인원 분의 식대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예비부부인 소비자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서모(28)씨는 “계약금은 안 돌려받아도 되니 취소 가능한지 웨딩홀 측에 문의했다”며 “아직 준비도 하지 않은 식대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1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대상 지역으로 기존 서울과 경기 지역에 더해 생활권이 겹치는 인천을 추가했다. 이들 지역에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모임에는 예식, 장례식, 돌잔치, 야유회, 동창회, 동호회 등이 포함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예식장 측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한 예식장과 계약했던 홍모(28)씨는 “지난해 말에 올해 가을 예식을 계약하면서 250명 최소 보증인원으로 계약했는데, 20%인 50명으로 보증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여전히 200명 수준인데 이게 무슨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홍씨는 “최근 예식장 측에서 ‘정부 지침 강화로 웨딩홀에 입장하지 못하는 하객이 발생하면 답례품을 준비해주겠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식장에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는 하객들이 대부분 일 텐데 답례품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손해는 소비자에게만 따져 묻고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대책이 없는 현실에 막막할 따름”고 말했다.
문제는 비단 예식장뿐만이 아니다. 한 웨딩플래너 업계 종사자는 “연기에 따른 예식장 위약금은 물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예식장 업계 관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드레스, 메이크업샵 분위기는 다르다”면서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드레스샵은 예식 연기에 따른 위약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결혼을 준비했던 한 신부는 예식장에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드레스 샵에는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로 감염 우려로 결혼식 연기가 불가피한 만큼 소비자는 별도의 위약금을 물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약금 없이 식을 연기하거나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수용 여부는 개별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식업중앙회에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최소보증인원을 조정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예식업중앙회는 공정위 요청을 수용해 자체적으로 소비자와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예식업중앙회는 지난 20일 공정위 요청을 수용 ▲소비자가 연기 요청 시 결혼예정일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연기하거나 ▲예정대로 진행 시 개별 회원사 사정에 따라 최소보증인원을 감축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방역당국이 거론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될 경우에 대비해 공정위는 예식장 운영 중단 등으로 인한 결혼식 취소 시 위약금을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예식업중앙회는 예식업체들로 구성된 사업자단체로 전체 예식업체의 약 30%인 150여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따라서 비회원 예식업체의 경우 딱히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공정위는 “예식업중앙회에 속하지 않는 비회원 예식업체에 대해서도 예식업중앙회 수용안에 준하는 방안을 시행토록 강력히 권고하고, 비회원 예식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 협조를 유도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표준약관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감염병 발생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거나 시설운영중단·폐쇄명령 등으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취소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위약금 없이 계약내용을 변경하거나, 계약취소 시 위약금을 감경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 관계자는 “민원 다발 업종들에 대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및 표준약관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며 “예식업의 경우에는 민원 및 협의내용 등을 고려해 9월내 완료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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