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사용한 이 단어는 '스마트폰을 슬기롭게 사용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포노사피엔스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이 낳은 새로운 인류다. 은행에 가서 송금을 한 세대도 은행 스마트 앱의 편리함을 경험하면 은행을 찾지 않는다. 아니, 지금은 상대의 계좌번호를 알지 못해도 카카오나 토스를 통해 송금할 수 있는 시대다. 이것이 진화의 속도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확산은 이미 정해진 길이며 인류의 필수적인 문명이다. 스마트폰으로 쇼핑, SNS, 주식, 게임 등 바야흐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유럽에서 발생하여 흑사병이라 불린 페스트는 인류에게 큰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중세 암흑기가 끝나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 이는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적 질병이 문명 교체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역사다. 2020년, 전 세계를 팬데믹 쇼크에 빠지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역시 ‘위기와 기회’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BC(비포 코로나)’ 시대와 ‘AC(애프터 코로나)’ 시대로 구분될 만큼, 인류 역사에 방점을 찍은 거대한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가 없었던 과거로의 귀환은 어렵다는 것을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전에도 인류는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갔으며, 그로 인해 기존의 산업 생태계 곳곳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디지털 환경의 산업혁명이 세워졌다. 여기에 감염을 피하려는 인류의 생활방식은 비대면 방식으로 급속히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의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먹고 마시고 일하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집에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에 의존해야 했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사피엔스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포노사피엔스 문명을 기반으로 한 사회 시스템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고 심지어 더 번성하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표준이 비대면 생활이 가능한 포노사피엔스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변하지 못한 부분이 교육이다. 틀에 박힌 교실에서 교사로부터 암기식 교육과 문제 풀이를 통해 학생들의 서열을 정해준다. 그리고 그 서열대로 대학에 들어간다. 사회와 기업은 그런 아이들을 선호했다. 그러니 이런 교육을 받은 우리의 아이들은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할 수 없었다.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문명을 모르는 사람을 뽑을 리가 없다.
성균관대학교의 최재봉 교수는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등급이 다르다. Z세대의 경우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한다"고 말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인간 장기의 일부다. 오장육부가 아니라 오장칠부"라고 강조했다. 포노사피엔스라는 새로운 문명, 팬데믹 쇼크와 함께 찾아온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리고 넥스트 뉴노멀로 향하는 오늘날, 우리가 다시금 생각하고 고민할 새로운 절대적인 의미와 방향성을 갖게 됐다. 그동안의 익숙한 상식을 내려놓고 현대사회의 새로운 기준이 된 포노사피엔스의 문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꼰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포노사피엔스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