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쿠키뉴스] 오명규 기자 = 장편소설 ‘금강'의 김홍정 작가가 연작소설집 '호서극장'(도서출판 솔)을 펴냈다.
'호서극장'은 공주에서 나서 자라고 생활의 터전으로 소년 시절을 지낸 주인공의 삶을 통해 또 하나의 공주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리얼리즘 소설 기법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생생한 시대 묘사와 거미줄처럼 엮인 인물들의 관계, 지금은 없으나 예전의 거리 풍경, 기억해야 할 공주의 근대 건축물, 제민천변의 옛 정취, 엄혹한 민주항쟁시대에 다치고 사라지고 저항하던 사람들의 흔적을 포착해 그린다.
'호서극장'은 공주의 한 구역 '장옥'을 공간적 배경으로 둔 일곱 편의 소설로 이루어졌다. 1970~1980년대를 주 배경으로, 조선 시대와 개화기, 현대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근대 초입의 전통 도시 '공주' 관아 길목의 역사와 애환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 각각의 소설들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비극을 경유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인물로 사건을 끌어가는 보통 소설과는 달리, 사건과 인물이 '장옥'이라는 장소를 구성하는 형태를 띤다. 당시 장옥에는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치부를 드러내며 생활하고 있었다. 보편적인 개인사 속에는 시대의 '칼날'이 숨겨져 번쩍인다.
작품 중 '환절기'와 '당산제'는 오랜 삶의 지역 공동체인 장옥마저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평범했던 사람들이 국가 권력의 정치적 욕망에 의해 상처받는 사건을 다룬다.
이 소설들은 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국가 권력에 의해 파괴된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역사의식을 되새기게 한다.
다시 말해 온갖 사람들의 생애가 숨겨지고 지워진 장옥의 골목골목이 '호서극장'을 통해 복원되면서, 이 근원적 진실의 장소는 삶과 세계의 진실을 품고 우리 앞에 생생하게 나타난다.
'호서극장'이 마침내 도달하는 곳은 공주 장옥 거리를 장소화하고 향토성을 부여해서 지도 그리기를 마치는 일이다. 과거의 시간들을 모진 생활과 함께 채워왔으되 이제는 흩어지고 사소해진 존재들이 제 이름을 부여받는 일은 지도 그리기의 장소 복원을 통해 모두가 평등해지는 삶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김홍정 작가는 계간지 '문학사랑' 소설 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그 겨울의 외출'과 '창천이야기', 장편소설 '금강'(1~6)을 펴냈다.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글로 금강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폭넓게 조망하는 '이제는 금강이다'는 장편소설 '금강'의 연장선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인 ‘금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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