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10m 높이에서 가장 아름답게 수면 위로 떨어지는 여성. 실력 뿐 아니라 출중한 외모와 상냔한 성격으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의 이영(신민아)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빠르게 추락하는 인물이다. 의문의 사고를 당한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불안과 광기를 보여준다. 마치 물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이영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는 새로운 얼굴을 찾은 듯 작품 속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1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 인터뷰로 쿠키뉴스와 만난 신민아는 “몸과 머리는 힘들었지만, 재밌게 찍었다”고 회상했다. 그 역시 ‘디바’를 보며 ‘나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나’ 생각하며 낯선 자신을 반겼다.
“전 이영의 감정이 과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해서 알 것 같은데 모를 것도 같은 미묘한 느낌들을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꼈거든요. 그런 점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어요. 결국 이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공감하는 방법 밖에 없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쓰시고 연출까지 하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이영이의 감정이 폭발하는 걸 어떤 장면에서 찍을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 결정에 따라 이영이가 갖고 있는 압박감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세계 랭킹 1위의 다이빙 선수로 변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촬영이 시작되기 3~4개월 전부터 함께 출연한 배우 이유영과 함께 매일 몇 시간씩 연습을 거듭했다. 0m 다이빙으로 시작해 단계별로 입수연습을 이어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까지 훈련받았다. 운동선수들이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체감하기도 했다.
“다이빙은 순위를 매기잖아요. 자신의 실력과 당시의 컨디션, 정신력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는 게 굉장히 스트레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잘하겠다는 마음이 앞서면 몸이 굳어서 다치는 상황을 연습을 하면서 경험했거든요. 컨디션과 멘탈을 강하게 붙잡게 있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싶었죠. 배우들은 촬영에 필요한 동작을 위해 4개월을 연습하고 몇 장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잖아요. 목표를 잡고 평생 연습하는 선수들에게 굉장한 존경심이 들었어요. 쉽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던 것 같아요.”
신민아는 정신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서 운동선수와 배우의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선수들처럼 배우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했다.
“그 부분에 공감이 가서 ‘디바’에 출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연기도 내가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끝없이 무너질 것 같은 환경이라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도 멘탈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디바’도 열정을 갖고 재밌게 찍었지만, 고통이 저를 흔들었으면 무너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즐겼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소중한 기회가 왔으니까 즐기면서 재밌게 하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면서 했어요.”
신민아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 흥분되고 재밌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디바’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들이 ‘귀하다’고 표현했다. 여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한정돼있다는 얘기였다. ‘디바’ 같은 작품이 기획부터 개봉까지 투자나 다양한 부분에서 쉽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디바’의 현장 스틸 사진을 보면 제가 밝게 웃고 있어요. 힘들었지만 ‘내가 이 시간을 재밌게 생각하면서 찍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디바’ 이전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다는 갈망은 계속 있었어요. ‘디바’로 그런 기회를 갖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해요. 아직 배우로서 보여드릴 게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배우들이, 여배우들이 보여드릴 작품에 한계가 있거든요. 오랜 시간을 연기했지만, 사실 기회가 많이 안 왔어요. ‘디바’처럼 상업영화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시도 자체도 귀했고요. 그래서 ‘디바’ 개봉을 준비하는 마음도 기뻐요. 여러 가지 이유로 ‘디바’가 잘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여성영화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드릴 작품을 만나서 또 ‘새로운 얼굴이에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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