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상소문 형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한 후 글 솜씨와 날카로운 식견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진인(塵人) 조은산’이 문재인 정부와 친정부 성향 정치인들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조은산은 5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은 앞선 상소문처럼 시조 형태를 빌어 때론 은유적으로 때론 직설적으로 지난 3일 광화문에서 개천절 집회를 막아선 정부여당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
특히 그는 금번 개천절 집회를 제한하기 위해 경찰버스로 출입차단벽을 세워 야권으로부터 ‘재인산성’이라고 명명된 행태를 과거 ‘촛불집회’를 촉발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이명박 정부가 광화문광장 일대를 컨테이너박스로 둘러쌓아 만든 ‘명박산성’에 빗대어 힐난했다.
나아가 광우병 파동 당시 명박산성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인들과 친문재인 성향의 시민들이 금번 재인산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태도를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날선 지적을 이어갔다.
시조는 “가을 하늘이 높다 한들 군주의 명망에 비할쏘냐/적시에 들이친 역병의 기세에 산성은 드높아/나는 아찔해 두 눈을 감는도다 //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산성이 구축되었으니/광우병의 명박산성이오 역병의 재인산성이라/그 이름 또한 기가 막혀 무릎을 탁 칠 뿐이로다”로 시작한다.
이어 “명박산성 앞에 자유를 운운하던 정치인은/재인산성 뒤에 급히 숨어 공권력을 운운하고 // 전의경을 짓밟고 명박산성 위를 기어올라/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던 촛불시민들은/재인산성 위의 사졸로 전락해 댓글의 활시위를 당긴다”고 정치인과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시민들의 언행을 비꼬았다.
뒤따라 “구령에 맞춘 사졸들의 활질에 이미 한 자리씩 꿰찬/그 시절의 광대들은 슬며시 무대 뒤로 사라지고/미국산 쇠고기 굽던 연기만 그 자리에 자욱한데 // 정치란 무엇인가/국민은 어디에 있는가/지도자는 무얼 하고 있는가/그대들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공허한 외침만이 가득한 광화문에/광우병은 온데간데 없어 역병만이 남아/사졸들의 불화살에 노병은 아파 슬피 운다”고 끝맺고 있다.
한편 조은산은 직접적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남기는 글도 올렸다.
글에서 조은산은 “당대표님의 페이스북에는 온통 강경, 차단, 봉쇄, 통제, 불법, 압도, 무관용 등 예전의 여권 인사들이 물고 늘어질 만한 말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고 그 안에 어떤 아름다운 것들, 양보, 이해, 설득, 부탁과 같은 말들은 전무하여 서글프니 이것은 당대표님의 한계입니까 아니면 저의 순박함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천절, 광화문을 비우자는 호소문으로 인해 평범한 소시민의 신분으로 무수한 악성댓글을 감내해야 했는데 이러한 고통이 왜 저 같은 천한 글쟁이의 몫이 돼야하냐”면서 “여당의 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써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의 당위성과 확산의 위험성을 먼저 알리는 것이 국민의 과한 욕심이라 말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더불어 “광우병 파동 당시 명박산성은 ‘생존의 벽’이었다. 시위대를 막아선 이 나라의 아들들을 폭도로부터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이었다. 조악한 말장난은 용납될 수 없다”며 “자못, 바람이 거셉니다. 한글날의 광화문은 몹시 추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에 저라면, 그들의 얇은 외투를 먼저 걱정할 것“이라고 이 대표의 ‘올바른 정치’를 향한 언행을 당부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