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지난 4·15 총선에서 유권자를 기만하거나 현혹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했던, 혹은 선거운동 중 폭력이나 방해 등 공직선거법 상 위법행위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건이 2616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중 3분의 1이 넘는 928건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서도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더구나 기소 혹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정수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공소시효가 오는 15일까지인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사범으로 수사의뢰 등의 조치가 내려진 1270명을 포함해 법무부에 입건된 사건은 총 2616건이다.

이들 중 수사 중인 건이 35.5%인 928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처리가 완료된 건 1688건 중 기소된 사건은 679건, 불기소 처리된 건은 1009건이었다. 기소된 건 중 구속결정이 내려진 사안은 전체의 1.3%에 불과한 34건이었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역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명단을 불법유출해 선거운동에 활용한 혐의 등으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권자에게 총 8700여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3개월간 잠적하며 수사를 피해 구속 기소된 황주홍 전 민주평화당 의원이 있다.

이밖에 가족회사의 공공기관 사업수주 관련 특혜의혹이 불거져 소속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의 친형,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경영악화와 대량해고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며 최근 민주당으로부터 제명된 이상직 의원의 측근 2명 등도 구속됐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의 보좌관 또한 총선 당시 상대를 낙선시키기 위해 허위고소를 공모해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양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구의회 의원 및 후원회장 등 4명이 검찰에 송치돼 양 의원 또한 조사대상에 오른 상태다. 민주당 소속 박찬대·맹성규 의원,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 등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미성년자를 선거운동에 동원하는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문제는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치게 짧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데 있다. 더구나 이들에 대한 조사나 처분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공정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는지 등을 검증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야당 국회의원실은 “법무부에 자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기소·불기소 등 전체 건수에 대해서만 공개할 뿐 개별 사안에 대한 처분결과 및 처분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국회의원의 자료요구조차 무시하는데 어느 누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겠냐. 적어도 선거사범에 대한 사건내용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공개돼야한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요즘 피의사실공표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국민의 알권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검찰이나 법무부가 공적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서조차 처분결과나 기소·불기소 사유 및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물론 언론조차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면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