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1만4000원(13.46%) 오른 1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878만주로 전 거래일(28만주)의 31배에 달했다. 삼성물산 우선주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1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생명도 전 거래일보다 3.8%(2400원) 오른 6만5500원, 삼성SDS는 5.5%(9500원) 오른 18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0.7% 하락한 가운데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주가 상승세가 돋보였다.
주가가 오른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삼성 오너 일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이 배당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상승 폭이 컸던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다. 크게 보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48%)이다. 삼성물산이 지니고 있는 19.34%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지닌 8.51%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한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삼성전자 주식도 4.18%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유지하면 삼성생명 지분 4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이 부회장은 10조원을 웃도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삼성그룹이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나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배당을 늘릴 수 있어서 어떤 형태의 변화든 삼성물산 주주들에겐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 부회장이 보유한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거나 시장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장이 이러한 사실이 주목해 관련 회사들이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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