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던 서울의료원의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서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산재 신청에 대한 심의를 통해 업무상 질병(산업재해)으로 인정했다.
공단은 서 간호사가 업무 및 직장 내 상황과 관련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누적됨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고인의 사망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의료원 병동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행정부서로 이동 후 불공정한 업무배치, 업무상 필요한 사무기기 및 책상 미제공, 무시, 언어적 모욕 등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해 1월 4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간호사 태움' 문제의 심각성이 공론화됐다.
노동계는 일제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지윤 간호사의 산재인정을 환영한다"며 "더 이상 직장내괴롭힘으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의 개정 등의 제도개선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자를 대편하는 별도의 기구 설립 필요성도 제시했다. 의료연대는 "괴롭힘 당하는 노동자들 편에서 대변하고 지켜줄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자체해결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 등 사건이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 체계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사건 조사 및 해결과정에서 조사가 철저히 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하며, 과정에 불응하거나 방해되는 행위가 있을 시 처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한 사후조치 이행을 강제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서지윤간호사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되지 않도록 의료연대본부는 계속해서 직장내괴롭힘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들을 찾고 바꿔내는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며 "서울의료원이 진상대책위원회의 권고안을 즉시 이행할것을 촉구하며, 서울시는 서지윤간호사의 죽음이 이대로 잊혀지지 않도록 진상대책위원회의 권고안을 이행할 때까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서지윤간호사의 산재인정을 환영하며, 서지윤간호사의 명복을 간절히 빈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행간)도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설립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며 환영했다. 행간은 "직장 내 괴롭힘은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와 결부된다. 과중한 업무, 부족한 간호인력, 불충분한 교육 등으로 인하여 많은 간호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이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고, 신규간호사의 교육기간을 늘릴 뿐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며, 명확한 업무 분장을 통해 간호사가 간호업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업재해 판정이 난 것은 지난 2018년 2월 태움으로 투신한 고 박선욱 간호사에 이어 서 간호사 사례가 두 번째다.
또한 지난달 근로복지공단은 서울의료원과 동부제일병원에서 근무 중 '적응장애' 판정을 받은 황은영 간호사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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