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을 범죄로 규정한 1953년 이후 의학교육과정에서 인공임신중단시술 관련 교육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수십년간 공백상태를 이어오고 있어서다.
그동안에는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 시술 사례는 드문 반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임신중단 사례가 대부분인 탓에 체계적인 교육 등이 불가능했다. 최근에 배출된 산부인과 의사들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술 관련 실습 경험이 전무한 셈이다. 임신중단 진료가 가능한 의사 수 자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계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앞으로 전공의들에게 인공임신중절시술을 포함한 임신중단 관련 교육을 재개해야 하지만, 산부인과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실습에 대해 수련병원 내 환자들의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아서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은 "인공임신중절술에 대한 교육도 사실 문제다. 과거에는 전공의 시절에 인공임신중절술을 배울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교육이 불가능했다. 앞으로 배출되는 전공의들은 인공임신중절술을 배워야 할텐데 최근 수련병원 환경에서 전공의의 실습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높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비단 인공임신중절술 교육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관련 실습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인공임신중절술과 같은 민감한 시술의 경우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 회장은 "실력있는 의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공의 시절 현장에서 충분한 교육과 실습을 받아야 한다. 전공의 수련은 가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사회적으로도 전공의가 환자들의 진료보조자로 참여하는 것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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