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말아톤(2005)’과 장수 브랜드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말아톤(2005)’과 장수 브랜드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2-10 11:18:24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말아톤(2005)>은 5살 지능의 순수한 20살의 자폐증 청년 초원이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소원처럼 마라톤을 완주해내기까지의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영화다. 필자는 이 영화를 통하여 자폐증 청년이 세상과 진심으로 소통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그 매개수단으로서의 ‘장수 브랜드’인 ‘초코파이’를 중심으로 장수 브랜드의 비결과 브랜드가 단명하는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내 꿈은 말이야, 언젠가는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야. 알겠어? 그때까진 어쩔 수 없이 이 초코파이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어.” <공동경비구역 JSA(2000)> 속의 북한 병사 역을 맡은 송강호의 대사이다. 이 영화에서 초코파이는 남북한의 화합의 매개체가 된다. <말아톤>에는 초코파이가 자주 등장한다. 초원이가 어릴 때, 엄마는 산을 오르다가 지쳐 주저앉은 아들에게 초코파이를 건넨다. 힘이 없어 보이던 아이는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며 한 걸음 한 걸음 산에 오른다. 우는 아이 사탕으로 달래듯 초코파이는 어린 초원이를 이끌기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된 초원이가 드디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 중반이 지나자

숨이 찬 초원이는 길에 쓰러진다. 그때 지나가던 한 여자가 초원이에게 뭔가를 건네는데, 바로 초코파이다. 초원이는 어릴 때 엄마가 건네준 초코파이를 기억하면서 다시 힘을 낸다. 그리고 자기 발로 서서 튼튼하게 달릴 수 있게 되자 그는 초코파이를 버린다. 수동적인 초원이가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어른으로 자립하는 순간이다. 1974년 처음 나온 초코파이는 초원이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대표적인 과자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세계에서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지는 상표가 있는가 하면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장수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그 비결은 다음과 같다.(이하, [ ] 속 숫자는 출시연도임.). ① 새로운 시장 개척(‘훼스탈’[1986], ‘동원참치’[1982], ‘한샘’[1970] 등), ② 최고의 품질(‘초코파이’[1974] ‘설화수’[1966], ‘가나 초콜릿’[1975], ‘베지밀’[1967]), ③ 고객의 욕구에 언제나 충실한 상표(‘새우깡’[1971], ‘초코파이’, ‘맛동산’[1975], ‘신라면’[1986]), ④ 철저한 브랜드 관리, 브랜드에 대한 꾸준한 투자, 그리고 적절한 브랜드 확장(‘활명수’[1897], ‘까스활명수[1967]’, ‘까스활명수Q’[1989],) 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춘 끊임없는 진화(‘진로 소주’[1924], ‘신라면’), ⑥ 브랜드 이미지의 재활성화(‘칠성사이다’[1950]), ⑦ 브랜드 간 연관성을 유지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백설표’브랜드[1953], ‘하우젠’브랜드[2002]), ⑧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비틀즈’[1960]).

그러나 나름대로 탁월한 제품력과 명확한 컨셉트, 적절한 세분시장 공략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장수하지 못하고 사라진 브랜드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① 시장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콜라독립815’), ② 경쟁적 차별성이 뚜렷하지 못함(‘맥콜’), ③ 성공에의 안주와 방심(‘OB맥주’) 등이다.


오리온의 2020년도 매출은 2조2304억원, 영업이익은 3756억, 순이익은 275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2%, 14.7%, 25% 증가하였다. 영업이익은 2019년에 이어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2020년 9월 출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이 매진 사례를 일으키며 ‘초코파이’를 이을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으며, 앞으로 파이, 스낵, 비스킷 등 전 분야에서 차별화된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초코파이뿐만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브랜드들은, 언제나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브랜드는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수준을 넘어 신뢰를 나타내는 척도이므로 장수 브랜드는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지표이다. ‘루이뷔통’[1854], ‘샤넬’[1910], ‘코카콜라’[1893], ‘로레알’[1909]은 100년 이상된 장수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처럼, 한국에서도 장수 브랜드들이 더욱 많아지고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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