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성공법칙과는 달리 <허드서커 대리인(The Hudsucker Proxy, 1994)>은 동화 속의 왕자와도 같이 착하기만 한 한 젊은이가 졸지에 대기업의 사장으로 발탁되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적(?)을 보여준다. 물론, ‘부’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랑’도 얻는다는 데 그 성공의 법칙에 차이가 있다.
영화는 1958년 12월 31일 자정 무렵, 허드서커사의 사장이 44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자 부사장 시드니(폴 뉴만)는 회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능한 회장을 영입하여 주가를 폭락시킨 후, 다시 매입하여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영화 원제목 중 ‘proxy’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권한대행을 위임받는 기법’을 의미하지만, 기업 활동에 비추어 정의하면, ‘주주대신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권한 위임장(power of attorney) 또는 그런 권한을 위임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시드니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무능한 대리인이라고나 할까? 시드니는 우편물을 배달하러 온 촌뜨기 노빌(팀 로빈스)을 허수아비 사장으로 발탁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자 아르구스 신문사에서는 여기자 에이미(제니퍼 제이슨 리)에게 새로운 사장의 신상을 파악해오라는 임무를 맡긴다.
그녀는 특종을 잡기 위해서 노빌의 비서로 위장 취업했으나, 선량할 뿐만 아니라 어리숙하지만 꿈과 희망에 가득 찬 ‘순박한 사장’에게 끌리게 되고, 고의적으로 꼭두각시 사장을 내세운 이사진의 속셈을 알아차리게 된다. 바보 같기만 한 노빌이 플라스틱 파이프로 된 둥근 원(훌라후프)을 개발하여 대량생산, 판매하게 된다. 이 제품으로 허드서커가 망할 것이라는 시드니의 바램과는 달리, 훌라후프가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됨으로써 허드서커사는 승승장구하게 되고, 노빌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경영자로 평가받게 된다. 영화에서 노빌이 1958년에 발명한 것으로 되어 있는 훌라후프의 진짜 발명자는 미국인 ‘루이 마크스’다. 그 후, 노빌은 자만에 빠져 어려움을 겪지만 에이미와 재회하고, 자기 꾀에 넘어간 시드니는 회사 소유권을 노빌에게 넘겨주고 만다. 비로소 노빌은 허드서커사의 진정한 사장이 된다.
이 영화에서의 성공의 열쇠는 훌라후프라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많이 있다. 훌라후프 외에도 껌, 볼펜, 샴푸, 스카이 콩콩, 마디가 꺾어지는 빨대, 샌드위치, 통조림, 요요 등…. 조그만 아이디어가 어려운 문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해 주기도 한다. 크던 적던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천하는 것은 즐거움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영화 속에서도 노빌의 희망이 된 것은 가장 단순한 ‘원’의 산물인 ‘훌라후프’였고, 그로 인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큰 문제이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하여 ‘아이디어’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 저)에서는 ‘시간을 알려주지 말고 시계를 만들어 주어라’라고 표현하고 있다. 단 하나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 전략, 카리스마 넘치는 한 명의 리더만으로는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외, 7가지 습관은 ‘이윤 추구를 넘어서라’, ‘핵심을 보존하고 발전을 자극하라’,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설정하라’, ‘사교 같은 기업문화를 정립하라’, ‘많은 것을 시도해서 잘 되는 것에 집중하라’, ‘회사 내부로부터 경영자질을 갖춘 인재들을 키워서 최고경영자로 선정하라’, ‘끊임없는 개선을 추구하라’를 들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일컬어지는 웰치 회장은 “경영이란 우주과학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다. GE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진실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이를 철저히 실행한 데 있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기업 성공의 비결이 어떤 특별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상식적인 것을 얼마나 잘 실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