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신탁업 규모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성이 높아지는 신탁업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1개 신탁회사의 총 수탁고는 1032조3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68조1000억원(7.1%) 늘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신탁시장 규모가 1000조원을 넘겼다. 금전신탁이 502조, 재산신탁이 529조원대다.
신탁은 돈을 관리하는 금전신탁, 돈 이외의 재산을 운용하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 금전신탁은 은행과 증권사가, 재산신탁은 은행과 부동산 신탁사가 양분하는 구조다. 현재까지 신탁업 시장에서는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은행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경쟁적으로 규모를 늘려가며 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신탁업 시장은 더욱 급성장할 수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은 은행보다는 주식과 채권 운용에 전문성을 갖춘 증권업계에 더 유리할 전망이다. 현재 신탁업에서 업권별 점유율은 은행 47.7%, 부동산신탁사 26.9%, 증권 23.7%, 보험 1.7% 순이다.
금융업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 머물러 있으면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 기금형 퇴직연금 신탁 비중은 주식과 채권 쪽으로 기울 것이다. 기금형 디폴트옵션 방식이 은행 쪽에도 허용된다고 해도 은행 쪽 신탁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 기존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겠나. 결국 증권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 신탁업 경쟁력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신탁업을 영위하는 곳은 총 21개사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종합재산 신탁사 19개사, 금전신탁만 맡은 하이투자증권과 한국포스증권 2개사다.
여러 회사 중 신탁에서 대체로 선두를 차지해온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현재 NH투자증권의 신탁 수탁고는 약 50조원 대에 달한다. 최근 재산신탁 부문 인력을 더 확충하고 다방면으로 성장세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미래에셋증권이 신탁업 분야에서 바짝 치고 올라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망을 감안하면 실질적 사정은 미래에셋증권이 더 유리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망한 퇴직연금 부문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큰 퇴직연금은 금전신탁에서 증권사들이 탐내는 수익 먹거리다. 퇴직연금 신탁 수탁고는 지난해 말 기준 180조원으로 전년비 14.9% 증가해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신탁 수탁고가 늘어나는 데 한몫했다.
신탁업 지분 경쟁에 열중인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사정은 안 좋은 편이다. 중소형사 중 일부를 제외하곤 대형사 경쟁 틈에 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소형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망한 시장이니 안 할 수는 없다. 여러 증권사들이 신탁업 사이즈를 늘려보려고 꾸준히 도전하고는 있다. 다만 선두주자들이 워낙 강해서 그걸 나눠 먹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경우에는 선발주자가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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