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구성은 감염병 방역 등 이유로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내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삼성과 SK 등 최고경영자들의 방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구성을 놓고 최종 조율하고 있다. 미국 내 투자 및 사업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기업들의 경영인이 대상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코로나19로 전보다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당시에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주축으로 대기업 50곳의 기업인이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기업인들은 현지에서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40조여원의 투자 선물을 미국에 풀어놓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을 포함해 대기업 총수 17명이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미국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경영인들이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 구성원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미국 현지 경제인들과 회동을 하는 등 한미 경제 외교사절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의 주 의제로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협력이 거론되는 만큼 최 회장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린다.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방미 중 미국 조지아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조지아주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이 3조원을 투자해 연간 21.5기가와트시(GWh)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 중인 곳이다. SK는 공장 건설을 위해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까지 총 3조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에서는 김기남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9조원을 투자해 증설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투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전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를 불러 모아 반도체 공급 부족 관련 화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삼성전자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주재 '반도체 서밋'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다른 반도체 기업은 미국 내 투자방안을 내놓았지만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등 이유로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했었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 대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배터리 사업 협업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미시간주에서 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운용 중이다. 또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 1공장을 건설 중이고 오는 2023년에는 테네시주 스프링힐에도 같은 규모의 2공장을 건설한다. 12공장 건설에 LG에너지솔루션은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경제단체에서는 최 회장을 포함 구자열 무역협회장 정도가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자열 회장은 북미 최대 전선 회사인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2009년 인수한 바 있다. LS전선 미국법인은 전력케이블 공장 운영 중이다 LS일렉트릭 자회사인 에너지솔루션즈도 미국현지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을 하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번에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대통령과 함께 동행 할 경제인을 대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21일 일주일 전까지는 명단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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