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韓 산업 대부] 구본무, '인화'의 뿌리가 된 이름

[별이 된 韓 산업 대부] 구본무, '인화'의 뿌리가 된 이름

'겸손·배려' 리더십···글로벌 LG의 초석
사람·고객 중심···그룹 고유의 경영철학

기사승인 2021-05-18 06:00:03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미래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나 '선진 경영방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인재들입니다. 저는 LG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여러분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구본무 회장. 2001년 신년사에서>

고(故) 구몬부 회장은 '인사'를 중요시했다.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상대를 높여주는 인사를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겸손을 미덕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경영의 기본으로 여긴 그였다.

실제로 그는 "똑똑한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못 당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겁게 일하는 사람에게 못 당한다"며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별을 단 임원들에게 아래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1995년 2월 22일 회장 이취임식에서 고 구본무 회장이 LG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사진제공=LG)
"저는 LG를 반드시 초우량 LG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LG는 모름지기 세계 초우량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남이 하지 않은 것에 과감히 도전해서 성취해왔던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고 저력입니다."<1999년 회장 취임사에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고 구 회장은 1975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그룹에 입사, 1989년 그룹 부회장에 이어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가 그룹 회장에 오르자마자 한 것은 그룹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는 일이었다. 당시 LG는 '럭키'와 '금성사' 두 개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화학과 생활건강은 럭키를, 전자 계열사는 금성사 브랜드로 사업을 해왔다. 이를 고 구 회장은 'LG'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했다. 그룹 브랜드 통합은 그룹의 새 출발을 알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그의 경영의지를 담은 상징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고 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3대 핵심 사업군을 육성했고, 자동차부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미래신산업 먹거리도 발굴해냈다. 실제로 1995년 고 구 회장이 취임 당시 30조원이었던 그룹 매출은 그가 별세하기 전인 2017년 말까지 160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매출도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고객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잘못된 경영을 하는 계열사 있습니다. 진정한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고, 기본으로 돌아가 하나씩 혁신해 나간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고객 가치 창출에 두고 각 사에 적합한 혁신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2006년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고 구 회장의 질타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CEO)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매출과 손익 등 당장 재무적 성과에만 급급해 회사 입장만 생각하고 고객을 등한시하는 잘못된 경영 행동을 바로 잡겠다는 고 구 회장의 작심(作心)이었다. 이 당시 LG전자와 LG필립스LCD(지금의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단기간 실적에 목매 고객 중심 경영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그의 단호한 조치였다. 

"LG의 나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봤지만, 그 해답은 결국 고객"이었다는 구광모 회장도 고 구 회장의 고객 중심경영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40세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내놓은 경영 비전도 '고객'이었다. 2019년 시무식에서 밝힌 경영 비전에서 구광모 회장은 10분의 짧은 연설에서 '고객'만 30번 언급할 정도였다.

고 구본무 회장이 직원들과 같은 티셔츠를 입고 함께 어울리는 모습.(사진제공=LG)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거나 함부로 내보내서는 안 됩니다."<2008년 5월 혁신마당에서> 

고 구 회장은 경영에서 사람을 신뢰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한번 사람을 믿으면 단기간 성과보다는 끝까지 믿고 맡기는 신뢰 경영을 펼쳤다. 그의 경영 활동 곳곳에서 신뢰 경영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구조조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 경영상태가 좋지 않게 되자 당시 최고 경영진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고 구 회장은 "어려울 때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며 경영진을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고 구 회장은 뇌수술로 건강이 악화하면서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017년 뇌수술을 받은 후에도 사업 보고를 받을 정도였다. 더욱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연구개발과 인재확보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이런 경영 의지에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경영 해법을 꿰뚫어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2017년 3월 혁신한마당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기술과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을 볼 때 지금까지 해왔던 혁신 방식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에 부족합니다. 우리의 혁신 목표와 혁신의 과정들을 하나하나 냉철하게 살펴보고,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도록 과감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오는 20일은 고 구본무 회장 3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해 2주기는 별도 행사 없이 고 구 회장의 경영활동이 담긴 영상물을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하는 것으로 추모행사를 대신했다. 1주기 때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LG그룹 관계자는 "추모행사와 관련해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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