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박용주 기자 =국립전주박물관(관장 홍진근)이 상설전시관 역사실에 전시된 서화 문화재를 새롭게 교체했다고 25일 밝혔다.
역사실에 새롭게 전시되는 작품은 석정 이정직(1841~1910)의 ‘행서 8폭 병풍’을 비롯해 석지 채용신(1850~1941)의 ‘안재호 초상’, 추당 박호병(朴1878~1942)의 ‘산수도 10폭 병풍’, 우당 조중태(1902~1975)의 ‘화조도 8폭 병풍’ 등을 선보인다.
석정 이정직은 조선 말기 활동한 전북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서화가로, 칸트와 베이컨 철학을 조선에 처음으로 소개한 철학자다. 이정직은 김제에 거주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에 공개된 이정직의 ‘행서 8폭 병풍’은 이아(爾雅), 석명(釋名), 예기(禮記)와 같은 고서에서 언급된 효(孝)에 관한 내용을 모아둔 것으로 1892년 9월에 제작됐다.
석지 채용신은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걸쳐 활동한 화가로 1906년 관직을 마친 후 전주로 낙향, 여러 인물의 초상을 그렸다. 1910년을 전후로 그는 우국지사와 의병활동에 나선 인물들의 초상을 남겼다. 채용신이 그린 ‘안재호 초상’은 1912년 안재호의 아들 안요묵에 의해 안재호 사후에 주문 제작된 작품이다. 안재호(1821~1873)는 전북 정읍 태인의 유학자로 1893년 6월 30일 정읍 신태인에 그의 효행을 기리는 정려각(旌閭閣)이 세워졌다.
이번 교체 전시에는 전북 서화계의 또 다른 사제지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두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추당 박호병의 ‘산수도 10폭 병풍’과 우당 조중태의 ‘화조도 8폭 병풍’은 사제지간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추당 박호병은 전북 부안 출생 화가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사군자로 연속 4회 입선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이하응에게 가르침을 받고 안중식, 조석진 등 중앙 화단의 서화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추당 박호병에게 그림을 배운 우당 조중태는 전북 부안 출신의 화가로 한국전쟁 발발 이후 전주로 내려온 묵로 이용우(1902~1953)와 교류하며 그림을 배웠다. 한국의 전통화풍과 일본 화풍에 모두 능숙했던 조중태는 전북에서 교육 활동에 전념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홍진근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이번 역사실 교체 전시를 통해 이정직의 서예작품과 채용신의 초상화, 박호병과 조중태로 이어지는 산수·화조도 등 조선 말기부터 근대기까지 전북 예술의 흐름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