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금융사 직원들과 소비자들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 온라인 정책심포지엄에서 “지난 1년간 금소법 시행에 철저히 대비했는데도 여러 이슈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규제 확대와 신설로 금융소비자가 절차적 불편을 겪고,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규제 비용 일부를 전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면 채널은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규제 적용 또는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또 금융소비자가 상품 광고, 검색, 추천, 중개, 직판 간 차이를 쉽게 구별하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주일 상명대학교 교수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을 계기로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제도 개선안에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수익률의 본질은 옵션 발행자가 얻는 옵션 프리미엄으로 기초자산 가격 하락 위험에 대한 보험을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금융소비자에게 금융기관 역할을 수행시키는 꼴로 부적합 상품에 대한 고지와 경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거자료와 함께 기대 수익률을 표시하게 하고, 그림으로 수익률을 표시할 때 이익을 과장하고 손실을 축소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판매업무와 투자자 성향 파악 업무를 분리해 부적합 상품 판매 유인을 차단해야 한다”며 “현행 투자자 성향 산정 방식은 객관성이 결여되고 자기책임 원칙과의 관련성도 모호해 실제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점수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행 투자자 성향 산정방식에도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객관성이 결여되고 자기책임 원칙과의 관련성도 모호하다는 평가다. 학계의 연구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문항개발 및 스코어링을 통해 실제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점수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규율의 작동을 위한 운용사와 판매사 역할 보완 필요성도 제시했다.
반 교수는 “운용사의 손해배상 재원 적립의무와 관련해 리스크(펀드개수·수탁고)와 부담능력(운용보수율)에 따라 차등 요율이 바람직하다”며 “판매사가 부실운용사, 위법행위 등에 대한 1차적인 스크리닝을 할 수 있도록 판매보수율 범위 내에서 일정 정도의 매칭투자를 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금소법의 한계를 세부적으로 짚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온라인은 일방향 소통이다. 비대면 채널의 경우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사가 제공하는 정보만 보고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설명 의무 위반을 따지기 어렵다”며 “디지털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문제 개선에만 시선이 집중되다보니 다른 상품들에 대해서는 소비자보호가 소홀한 측면이 있다. 고위험 상품뿐 아니라 저위험 상품에서도 대출 및 예금 금리, 중도상환수수료 등이 적절한 수준인가에 대해 금소법이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패널들에게서는 현행 금소법에 현장 현실이나 바람직한 투자 행태 유인과는 괴리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유인 미래에셋증권 금융소비자보호본부장은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세밀한 접근도 필요해보인다”며 “직원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고객은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려는 소비자)가 되는, 법과 제도 취지와 다른 일이 있을까 우려된다. 현재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숙려제도에 따르면 숙려기간 이후 고객의 청약 의사를 확인하게 되는데, 확정 의사표시가 없으면 자동 취소가 이뤄지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고객에게 100%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소요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주관과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최초 고객 의사를 존중한다면 불필요한 소모가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정훈 삼성자산운용 WM마케팅본부장도 “6대 판매행위 규제 부분에는 시간을 두고 개선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연초 이후 동향을 살펴보면 현장에서 투자자들이 PB등을 거쳐 투자한 오프라인 상품에서는 자금이 빠지는 경향을 보이고, 온라인에서는 유입됐다. 일종의 금소법 반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온라인 채널의 큐레이션 정책에 맞춰가면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장기적이기 보다 단기적이고 차입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다. 그러면 오히려 최초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