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참깨에는 부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청소에 한 번씩 사용했을 법한 염소표백제 ‘락스’. 뒷면에 기재된 주의사항에는 느닷없이 참깨에 부어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가 적혀 있다. 왜 하필 유한락스는 참깨를 콕 짚어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할까. 이유는 지난 ‘역사’ 속에 있었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락스는 통상 식품 살균에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식품 표백에서는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입을 뗐다.
식약처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시작됐다. 한때 일본 유통시장에서는 검은깨를 락스에 담궈 흰깨로 둔갑 시켜 판매하는 사례가 자주 적발된다고 한다. 깨를 표백해 판매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사례가 락스 제품 표시사항 기준이 됐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설명했다.
독특한 사용 주의사항은 락스 뿐만이 아니다. 어색한 단어는 입을 헹구는 가글에서도 등장한다. “많은 양을 마셨을 경우 우유를 먹이고 곧 의사의 지시에 따를 것”이라는 문구다.
이유는 ‘불소’에 있다. 불소는 충치 발생을 억제해 치약이나 가글에 흔히 사용된다. 치아에는 이롭지만 삼키면 독이 된다. 가글 대표 제품 ‘가그린’을 생산하는 동아제약 관계자는 “불소를 충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독성이 있어 체내 흡수됐을 때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흡수를 막기 위해서는 칼슘이 함유된 우유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동아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불소와 칼슘이 만나면 잘 녹지 않는 염이 형성돼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우유 외에도 칼슘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불소 체내 흡수를 막을 수 있다고 동아제약 관계자는 당부했다.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가 판매하는 비누 ‘도브’에는 “식음료가 아니므로 제품의 원래 사용 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말고 섭취했을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표시광고법에서 규정한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이는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강조한 문구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법과 그 시행령에서는 반드시 기재해야 할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면서 “자체적으로 주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표시사항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레버로부터 관련 주의사항을 기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지만, 업계는 식·음료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비누 특성상 들어가게 된 주의사항이라고 봤다. 한 생활용품 기업 관계자는 “우유, 체리 등 식·음료에서 따 비누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만취했을 당시 비누를 먹었다는 등의 후기가 있기도 했다. 마케팅적으로 주의사항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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