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어둠 속 삼엄한 분위기에서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아니아니, 진짜 승부처는 한국이다” 차분한 목소리로 소란을 잠재운 건 러시아 ‘게르과자 인터내셔널’ 대표 게르과자 마시코프. 암흑 속에서 얼굴을 드러낸 그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등골을 오싹하게 할 만큼이나 날카로운 인상을 갖고 있었다.
깜박하면 속을 뻔했다. 진지한 연기와 고퀄리티 시나리오에 말이다. 위 이야기는 다름 아닌 빙그레 스낵 브랜드 ‘꽃게랑’ 광고다.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빙그레의 두 번째 ‘병맛’ 카드다. 올해 36살을 맞이하는 꽃게랑은 재미와 웃음을 장착한 광고로 ‘회춘’하겠다고 다짐했다.
18일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 11일 빙그레 유튜브 채널 ‘빙그레TV’가 올린 꽃게랑 광고 영상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영상은 같은날 오후 4시 기준 165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굴지의 기업 ‘게르과자 인터내셔널’의 대표제품, 러시아의 ‘끄랍칩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게르과자 인터내셔널’의 대표 ‘게르과자 마시코프’는 K-푸드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을 먼저 공략하면 세계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전략을 세웠다. 게맛 스낵인 ‘끄랍칩스’는 한국에 진출하자마자 밀수혐의로 체포되는데 모두가 ‘끄랍칩스’를 ‘꽃게랑’이라 부르는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광고 기가막히게 잘 만들어서 속아준다” “대체 무슨 광고임” “과자 광고가 이렇게 퀄리티 있기 있어?” 등의 댓글을 남기며 호응했다.
게르과자 마시코프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소비자와 소통 중이다. 게르과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해 회사 정체성과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꽃게랑과 러시아와의 인연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구 소련 시절 개혁개방노선에 따라 부산항에 입항한 선원들이 연해주를 통해 본국으로 꽃게랑을 가지고 가면서 수출이 시작됐다. 연해주 지방을 제외하고 국토의 대부분이 내륙인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해산물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감자 스낵 위주의 러시아 시장에서 해산물인 꽃게맛을 내는 꽃게랑은 차별화된 맛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광고에서 꽃게랑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것도 현지 인기 때문이다. 꽃게랑은 한국에서보다 러시아에서 더 인기가 좋은데, 한국 판매량의 1.5~1.6배 정도 더 러시아에서 팔린다고 빙그레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존 빙그레는 꽃게랑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에 선보였지만, 현재 로열티만 받고 있다. 빙그레 대신 러시아 현지 업체가 끄라칩스라는 이름으로 꽃게랑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빙그레의 일명 ‘병맛’ 마케팅은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 공략을 위해 기획됐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꽃게랑은 지난 1986년 출시 후 유통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추억의 과자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색적인 광고로 MZ세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이번 광고를 만들었다고 빙그레 관계자는 설명했다.
빙그레 병맛 마케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유튜브에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등장 시켜 화제에 올랐다. 당시 빙그레 측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소비자들과 공감을 나누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빙그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의 대표 스낵 제품인 꽃게랑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마케팅 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광고 영상도 그 연장 선상에서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드리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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