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들의 유니폼부터 경기에서 사용하는 장비까지 곳곳에 첨단 섬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가장 우선이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데 최첨단 섬유가 힘을 보태고 있다.
효자종목 양궁, 배터리 소재 ‘탄소나노튜브’ 쓰여
우리나라 올림픽 메달 효자 종목인 양궁의 경우 최근 주목받는 첨단 신소재 ‘탄소나노튜브(CNT)’가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차 부품 핵심 소재로도 사용되는 탄소나노튜브가 양궁 종목에도 활용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가 양궁 장비로 쓰이는 이유는 철강보다 100배 강한 강도와 유연한 탄성 때문이다. 활 손잡이 소재로 주로 사용됐던 기존 알루미늄에 비해 내구성이 좋고, 충격을 흡수해 슈팅 시 발생할 수 있는 불량운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선수들의 피로도로를 줄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또 양궁 활의 날개 부문에 쓰이는 카본 섬유는 화살의 속도를 향상시켜 화살이 과녁에 도달하는 물리적 시간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스피드가 빠른 만큼 체공시간이 줄면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다수의 선수들이 카본 섬유로 제작된 국내 업체의 장비를 갖고 대회에 나선다.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 소재를 활용해 양궁 장비를 생산한 업체 관계자는 “강한 강도와 탄성을 지닌 카본 나노의 특성을 활용해 양궁 장비뿐 아니라 카본 자전거도 제작하고 있다”며 “도쿄 올림픽 경륜 종목에 출전하는 이혜진 선수와 사이클 BMX 경기에 참가하는 프랑스, 일본, 덴마크 선수들이 자사의 카본 자전거를 타고 대회에 임한다”고 말했다.
단단한 섬유 망라 펜싱, 방탄복 소재 사용
검으로 승부를 가르는 펜싱에서는 단단한 섬유 소재가 쓰이다. 방탄복 소재로 잘 알려진 ‘케블라’와 ‘마레이징강’이다. 펜싱검 소재로는 니켈이 함유된 마레이징 강철이 쓰인다. 탄소강철보다 견고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 500도 고온에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어 항공기 및 제트기 기체부품 등에 사용된다. 검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펜싱복은 방탄복‧방탄헬맷과 동일한 소재인 고강도‧고탄성 슈퍼 섬유로 제작된다. 케블라 소재로 더욱 잘 알려진 ‘아라미드’와 ‘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UHMWPE)’가 대표적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내기 위해서는 경기 전 컨디션 조절도 중요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회 기간 안 입는 단복과 유니폼에는 편안함과 쾌적함을 주는 소재가 주로 쓰인다. 고온다습한 도쿄 기후로 인해 더위를 줄여줄 수 있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합성섬유 소재가 사용됐다.
고온다습한 도쿄 기후, 컨디션 조절 관건....흡습·속건 고기능성 소재 유니폼
국가대표 팀코리아 공식파트너인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가 고기능성 친환경 ‘공식 단복’을 제작해 제공했다. 냉감, 발수‧투습, 흡습‧속건 기능이 강화된 친환경 폴리에스테르‧나일론 섬유 소재로,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단복 최초로 리사이클링 소재가 적용됐다.
코오롱스포츠와 왁은 도쿄올림픽 양궁‧골프 국가대표 유니폼을 제작 지원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양궁 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주안점을 둬 상의 칼라를 부드러운 형태로 유지하도록 이중 편직했고,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열리는 특성에 맞춰 쾌적함이 느껴지는 6대6 메쉬 조직 흡한속건 기능성 원단을 사용했다.
기술혁신인가 공정성 훼손인가...런닝화에 적용되는 탄소섬유
‘유리섬유’는 요술지팡이...육상 장대높이뛰기
올림픽 마지막 종목으로 치러지는 마라톤에서는 가벼우면서도 탄성이 좋은 탄소섬유가 사용된다. 42.195km를 뛰어야 하는 마라토너들은 조금이라도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데 과거에는 가볍고 발에 딱 붙는 고무 슬래브가 주재료였다면 최근에는 첨단 소재인 탄소섬유가 들어간 운동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탄소섬유를 운동화에 처음 적용한 것은 나이키로 2016년 출시한 ‘베이퍼플라이’ 제품에 탄소섬유판이 들어가 있다. 2019년 10월 케냐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이 신발을 신고 사상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1시간59분40.2초 기록으로 완주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선수들은 앞다퉈 ‘베이퍼플라이’ 시리즈를 신기 시작했으며, 다른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탄소섬유가 적용된 제품들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또한, 육상계에서는 탄소섬유가 들어간 ‘베이퍼플라이’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고, 세계육상연맹은 지난해 2월 관련 규정을 발표하고 신발 밑창 두께는 40mm 이하, 탄소섬유판은 1장만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조건은 이번 도쿄올림픽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육상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요술지팡이로 불리는 유리섬유 등이 장대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 현행 규정상 장대의 재질·무게·길이 등에 대해 특별한 제약이 없어 어떠한 섬유가 장대의 소재로 쓰이든 상관없다.
장대높이뛰기 초창기에는 탄력이 좋은 대나무가 주요 소재로 쓰였다. 1960년대 유리섬유가 개발되면서 대체되기 시작했으며, 5m대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유리섬유 이외에도 탄소화합물로 만들어진 장대들이 종종 쓰이고 있다.
유리섬유를 뛰어 넘는 탄성과 내구력이 뛰어난 신소재가 개발돼 장대 소재로 쓰이게 된다면 향후 혁신적인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도쿄올림픽 각 경기에 어떤 섬유들이 활용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