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기로'에 선 HMM 노사···수출 물류대란 우려

'파업 기로'에 선 HMM 노사···수출 물류대란 우려

해상노조, 3차 협상 결렬...육상노조는 중노위 조정 중
HMM 양대 노조, 청와대에 "적극 나서달라"
"파업으로 수출 물류대란, 독과점 시장의 폐단"

기사승인 2021-08-06 17:19:00
사진제공=HMM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국내 유일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노조는 이번만큼은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노조는 "어려운 회사 경영상황을 고려해 수년간 기본급을 동결하고 희생을 감내한 만큼 실적이 나오는 올해는 임금을 올려 받을 때가 됐다"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제시한 임금안과 큰 차이를 보여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는 기본급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기본급 5.5% 인상, 성과급(격려금) 100% 지급을 제시했다.

먼저 임단협에 나섰던 육상노조는 이미 4차례의 협상이 결렬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사측과 지난달 28일까지 4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조 투표를 거쳐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19일까지 조정안이 도출되지 못해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HMM 선원으로 구성된 해상노조는 지난 3일 사측과 3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불발됐다. 오는 11일 4차 교섭이 예정됐지만 협상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상노조도 4차 교섭이 결렬될 경우에는 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파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과 관련해 계속되는 인력 유출 사태와 동종업계 임금 수준을 언급하면서 임금 인상 요구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노조에 따르면 HMM 평균연봉은 6800만원 수준으로 동종업계 국내 기업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낮다. 해외 선사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해상노조 관계자는 "동종업계 해외 선사 등과 비교해도 우리의 인상안 요구는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며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사의 매출 중 인건비 비중은 6.9%인데 HMM은 매출의 1.6% 수준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적 투자도 중요하지만 선박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중요하다"며 "가속화되는 국내 해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임금 인상은 관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채권단이자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마음 편히 임금 인상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HMM은 2018년 10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협상테이블엔 사측이 나서지만 실질적인 최종 결정권은 채권단이 가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 상황과 관련해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어  사측도 임금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갖고 있지 않는 걸로 안다"며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지닌 산업은행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 직접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HMM 양대 노조위원장, 청와대 관계자 면담 “수출 물류대란 우려...적극 나서달라”

HMM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도 해상 운임 인상과 선복량 부족으로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친다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해진다. 

지난 4일 HMM 육상노조 김진만 위원장과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를 만나 자산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청와대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두 위원장은 "HMM 직원들이 수년간 열악한 근무환경을 버텨냈지만 사측 등이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임금 인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면서 "파업 시 수출 물류대란은 불가피하다"며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은행은 노사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HMM 파업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24.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적절한 역할도 요구된다.

사진제공=HMM


독점적 시장 변모 따른 부작용...파업 시 해운 수출길 차질 불가피
"소규모 대체 선사 설립 등 중장기적 대안될 수 있어"

학계에서는 이번 수출 물류대란 우려는 경쟁 시장이던 국내 대형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독점적 시장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경쟁사들이 있었지만, 구조조정, 파산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유일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는 HMM(구 현대상선)뿐이다. 따라서 유일한 국내 컨테이너 선사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국내 기업들의 해운 수출길은 막힐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대형 컨테이너 시장이 경쟁적 시장이었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대체 가능했지만, 현재는 독점적 시장으로 바뀌면서 수출 물류 대란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며 "규모가 작은 다른 대형 컨테이너 선사를 만드는 등의 중장기적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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