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계란 한판을 카트에 담은 정씨는 "오이, 깻잎, 상추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코로나19에 집안 찬거리가 필요한데, 잘 손길이 가지 않는다"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트 고객센터에는 회원 가격으로 싸게 구입하기 위해 가입을 문의하는 주부도 눈에 띄었다.
고공 상승하는 밥상물가에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계란과 대파와 같은 채소류는 물론 라면과 우유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들썩이는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폭염까지 겹치며 작황부진이 이어졌던 영향이 컸다. 정부는 잇따라 물가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차갑다.
실제로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대형유통업체의 최근 먹거리 가격은 신선·가공 식품을 가리지 않고 잇따라 오름세다.
계란(특란) 30개의 평균 소매가는 1년 전 가격 5151원에서 24%가 올라 6388원을 기록 중이다. 시금치(상품) 1kg 역시 지난해 1만6033원에서 69%가 오른 2만7183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쌀(상품) 20kg, 닭고기 1kg, 깐마늘 1kg이 각각 16%, 17%, 2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사과(10개 기준)의 평균 소매가도 3만1205원으로 17% 올랐다.
라면과 과자, 우유 등 가공식품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라면코너에 카트를 댄 주부 최모(54)씨는 "최근 라면 가격 인상 뉴스를 보고 미리 사 두려 한다"라며 "코로나로 집안 식사가 늘었는데, 유제품 등의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커질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라면 업계는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오뚜기는 이달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렸다. 농심도 지난 16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6.8% 올렸다. 삼양식품도 다음달부터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13개 라면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6.9% 인상할 예정이다.
우유 가격도 심상치 않다. 낙농업계는 현재 우유 가격 인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이달 1일부터 원유 가격을 리터(ℓ)당 947원으로 21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생산원가 상승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 인상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우유와 유제품, 커피, 제과·제빵 등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가격 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 상승은 통계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1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보다 2.6% 상승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0.6%,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로 오름폭을 키우다 6월(2.4%)에는 상승률이 다소 낮아졌으나 7월부터는 다시 오름세다.
정부는 높은 물가에 칼을 빼든 상황이다. 공급 부족 물량은 수입을 늘리거나 정부 비축 물량을 풀어 수요 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우유 가격 인상과 여름철 작황부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물가 안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도 변수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계란 등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 하락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주요 생산국 작황 부진 등 외부요인의 영향으로 식료품 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