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점심 찾은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이마트24 편의점. 지하철 개찰구처럼 보이는 출입구 앞에서 두 명의 직장인이 신기한 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말처럼 매장 어디에도 계산대와 계산원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도 매장에 들어가 과자 몇 개와 음료수를 집곤 밖을 나섰다. 이내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5600원 체크카드 결제 완료.’
이곳은 이마트24가 신세계I&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손잡고 만든 ‘완전 스마트 매장’이다. 미국 ‘아마존고’와 같이 ‘물건을 집어 그냥 나가는’ (Just Grab and Go) 기술이 적용된 곳이다. 2019년 9월 김포DC점 개점 이후 이마트24의 두 번째 스마트 매장이다.
이날부터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을 개방했다. 입장 방법은 두 가지다. 키오스크를 통해 체크‧신용카드를 인식시켜 카카오톡으로 입장 QR코드를 받는 방식. 쓱페이 앱 설치 후 QR코드를 받는 방법이다. 이 QR코드를 출입 게이트에 인식시키면 문이 열린다.
약 13평 규모 매장 안에는 삼각김밥, 스낵, 음료, 생활용품 등 700여종의 상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겉은 평범해 보이지만 이 작은 매장에는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음성인식 등 기술들이 곳곳에 적용되어 있다.
무인계산의 비밀은 매장 천장의 AI카메라와 진열대의 무게 감지 센서에 있다. AI카메라가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파악하고, 진열대 센서가 상품의 무게 변화를 인식해 개수를 감지하는 식이다. AI는 이 두 정보를 종합해 사람이 고른 상품을 알아낸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총 27대의 AI카메라가 설치됐고 무게 감지 센서는 15~20g의 무게 변화도 감지한다. 이전 김포DC점보다 더 고도화된 기술도 적용됐다. 일례로 AI카메라 중 6대에는 ‘라이다’ 기술이 탑재됐는데, 레이저를 통해 사람을 3D 데이터로 파악해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보통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기술로 이를 통해 결제 정확도와 보완성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들도 많다. 상품 위에 얹어진 가벼운 물건들은 계산이 안 된다든지, 상품을 집었다 내려놔도 구매가 되는 오류도 빈번했다. 매장 내에서 다른 손님에 물건을 건네는 등 카메라 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류가 나타난다. 이같은 돌발적 상황을 제외한다면 상당한 상용화 가능성이 엿보였다.
아직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이마트24의 설명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오는 11월 추가 시스템을 도입해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당분간은 직원이 상주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무인점포가 스스로 바코드를 찍는 ‘셀프 계산대’ 수준이 그쳤다면 스마트 매장은 이를 혁신하는 단계로 그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의 무인화 바람은 갈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250여개에 불과했던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하이브리드 매장(유인+무인)은 올해 7월 기준 1300여개를 돌파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무인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19년 789억원에서 2027년 1조919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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