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고민과 감사로 설명했다. 성기훈을 표현하는 과정은 고민의 연속이었으나,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건 감사한 일이었다. 황동혁 감독의 전작을 재미있게 본 그는 황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제안이 오자 기꺼이 출연을 결심했다. 좋은 아이디어와 개성이 확연한 캐릭터, 인물 간 관계성에서 오는 긴장감은 베테랑 배우인 그도 들뜨게 했다. 시나리오를 보며 성기훈이 가진 짠함과 극한상황 속 심리 변화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기훈이 가진 고충이 잘 이해됐어요. 일상적인 애환도 있지만 극적인 상황에 처하면서 기훈의 다양한 심리가 그려잖아요. 이걸 잘 연기하면 제게도 더 의미 있는 캐릭터로 남겠다 싶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런 게 ‘오징어 게임’에 잘 담긴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해야 더 좋아할지 고민하며 연기했는데 결과가 예상보다 더 잘 나와서 감사해요.”
기대보다 큰 성공이다. 전 세계 39개국에서 많이 본 콘텐츠 상위권을 점했고 패러디 열풍이 불고 있다. 어린이들의 단순한 놀이에 스릴 넘치는 설정이 더해지고, 특색 있는 공간 미술이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얻는 모습이다. 다만 캐릭터 대다수가 전형적이라는 점에선 비판도 나온다. 이정재는 “전형성을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면서 “‘오징어 게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았던 만큼, 전형적인 인물들이 전개를 잘 이해하게 도와줬다”고 평했다.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 영역을 넓힌 그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근 OTT가 극장의 존폐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 다운 답을 내놨다.
“기술과 사회가 변하며 저희가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어요. 사정상 극장을 갈 수 없던 분들도 원하는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에요. 물론,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도 분명히 있어요. 큰 화면과 풍부한 사운드로 즐기면 재미가 살아나는 작품이 있는 반면, 아늑한 공간에서 집중하며 봐야 더 재미있는 콘텐츠도 있죠. 다양한 방법으로 봐주시는 건,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선 반갑고 감사한 일이에요.”
여러 방법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 이런 시류는 ‘오징어 게임’에 큰 득이 됐다. 수많은 시청자가 콘텐츠의 독창성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에도 주목했다. 이정재 역시 일남 역의 오영수부터 상우를 연기한 박해수, 새벽 역의 정호연, 알리 역의 아누팜 트리파티 등을 언급하며 “모든 배우가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이정재는 기훈을 연기하며 게임에 참여한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려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본적으로 영화 작업은 팀플레이예요. 스포츠처럼 1, 2등을 가리는 게 아니죠. 특정 캐릭터만 튀지 않게 리허설을 수없이 거쳐요. 자기 몫 외에도 상대방이 하는 연기를 잘 봐야 하죠.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대화도 나누며 팀워크를 살리려 해요. 그러다 보면 관객분들도 볼거리가 다양하게 생겨나니까요. ‘오징어 게임’도 매 순간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팀플레이에 더욱 공을 많이 들였어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거뒀다. 오랜 경력을 가진 베테랑 이정재에게도 ‘오징어 게임’은 감사한 기회가 됐다. 배우 이정재를 지운다는 점에선 도전도 됐다. “쌍문동 반지하에 사는 성기훈처럼 보이는 데에 주력했다”고 회상하던 그는 “초반부에 성기훈이 아닌 이정재로 보이면 이후의 전개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공감도 덜 될 것 같아 1, 2화 연기를 특히 더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절박함과 처절함은 성기훈을 만드는 동력이 됐다. 이는, 더 나아가 이정재를 움직이게 하는 새로운 힘이 됐다.
“얼마 전 ‘오징어 게임’ 같은 한류 콘텐츠가 할리우드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외신 기사를 봤어요. 자랑스럽더라고요. 한국적인 색을 세계화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오징어 게임’ 외에도 해외에서 인기몰이한 작품이 많아요. 관심을 가져주신 덕에 K콘텐츠가 날로 더 성장하고, K콘텐츠 팬덤이 확대됐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작품을 촬영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전 세계에 K콘텐츠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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