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제정 [돌아보는 보건의료계②]

‘세계 최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제정 [돌아보는 보건의료계②]

기사승인 2021-12-31 06:05:02
2021년 보건의료 이슈는 모두 코로나에 묻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최초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제정되는 등 보건의료계에서는 다양한 이슈가 상존했다.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법안 관련 입법 공청회에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수술실 내 유령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권대희씨의 CCTV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전 세계 최초 수술실 CCTV법 통과

지난 2015년 처음 발의됐던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올해 통과됐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것은 전 세계 최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해당 법안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시행까지는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녹화를 진행하며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서는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포함됐다. 촬영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CCTV 설치 기준, 촬영 범위 및 촬영 요청 절차, 열람·제공 절차 등에 관한 사안 등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된 사안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의협은 하위법령 대응 TF를 구성해 향후 있을 하위법령 논의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픽사베이

몸집 커진 원격의료 시장… 의료계 판도 바꿀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가 날개를 달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고시하며 비대면 처방‧조제를 일부 허용했다. 고시에 근거해 진료‧조제 과정에 적용될 수 있는 원격 및 배달 서비스 업체가 속속 등장했고, 최근 ‘원격의료사업협의회’도 출범했다.

정부는 비대면‧원격 의료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6월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규제챌린지 민관회의에서 선정된 1차 과제 15개 가운데는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과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이 포함됐다. 

의료계 주요 직능 단체는 대면 진료‧지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10월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3개 단체는 정부의 원격의료 확대 계획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허용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이유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허용범위와 제재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탓에 수많은 영리기업이 플랫폼 선점을 위해 무차별 진입했다”며 “이들 기업은 과도한 의료이용을 조장하고 불법적인 의약품 배송을 일삼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실상 이를 외면하며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에도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도서 벽지, 교정시설 수용자, 군인 등 특정 환경에 놓인 환자에게만 의사의 판단하에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 의원은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접근성을 향상하고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한간호협회가 12월1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상우 기자

간호단독법 제정놓고 갈등 지속

간호계의 오랜 염원인 간호법 제정이 본격적인 국회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간호계와 간호계를 제외한 의료계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1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간호·조산법’ 등을 두고 심의했다. 복지위는 해당 법안에 대해 직역 간 대립이 거세 갈등 문제를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1월23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전국 간호사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12월1일 긴급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고 매주 수요일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간호법이 제정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 하겠다는 각오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여야 3당은 지난 총선 때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간협과의 정책협약과 약속을 지켜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여러 단체는 간호법 제정이 불법진료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의 뿌리를 뒤흔들고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의료계 단체 수장 변경

올해 의협과 한의협, 치협의 수장이 바뀌었다. 지난 3월 치러진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를 통해 이필수 의협 회장이 당선됐다. 앞서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문재인 케어 저지’ 등을 주장하며 정부와 계속되는 갈등을 빚어왔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이필수 회장은 정부와 소통에 나서며 실익을 챙기고자 하고 있다.

홍주의 한의협 회장은 재선을 노리던 최혁용 전 회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한의계 수장으로 올라섰다. 최혁용 전 회장의 연임 실패의 큰 이유로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 무리한 추진이 꼽힌다. 지난 1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낮은 수가로 인해 시범사업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데에 80% 이상이 동의했었다. 홍 회장은 첩약 시범사업 전면 재협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당선된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돌연 사퇴하며 치협의 수장도 바뀌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노조 협상에 따른 2021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사퇴했다. 보궐선거를 통해 박태근 회장이 당선됐다. 

사진=노상우 기자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경영 위기 지속

코로나의 영향으로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0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의원급 표시과목별 요양급여비용 심사실적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2019년 8073억원에서 2020년 5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39% 감소했다. 이비인후과는 2019년 1조4204억원에서 2020년 1조1492억원으로 19.0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 지원율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2021) 전공의 모집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공의 모집정원(3159명) 대비 응시자(3527명) 지원율은 111.6%지만, 26개 모집 전공 중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4명 모집에 76명 지원에 그쳐 37.3% 지원율로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212명 모집에 240명 지원으로 지원율이 113.2% 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외에 이른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과 살리기 TF’를 출범시켰다. 응급‧심뇌혈관‧중환자‧고위험 산모 등 진료과 중심의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개선을 주된 방향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급여의약품 적정성 재평가…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 도모 목적

정부가 약가 적정성 확보 및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 도모를 위해 약제급여적정성재평가를 진행했다. 급여적정정 재평가 제도는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 등에 대한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하고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급여에서 퇴출하거나 제한하는 시스템이다.

보건복지부는 빌베리건조엑스, 은행엽엑스, 실리마린, 비티스비니페라, 아보카도-소야 등 총 5개 성분을 대상으로 급여재평가를 진행했다. 12월1일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것으로 심의된 비티스비니페라 2품목에 대한 급여기준 고시를 개정하고 빌베리건조엑스와 실리마린 성분 총 52개 품목은 급여 퇴출하기로 했다.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3개월 유예 기간을 두고 내년 3월1일 부로 완전히 퇴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성분을 가진 일부 제약사가 고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급여재평가 대상 약제군 선정 작업을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최종확정할 계획이다.

급여 적정성 재평가가 시작된 지난해 첫 대상이던 ‘콜린 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치매에 있어서는 임상적 근거가 일부 있어 급여를 유지하되 그 이외 질환인 뇌대사 관련 항목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적용하기로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이 지난 6월10일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있는 공단 본부 앞마당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신승헌 기자

건보-콜센터노조, ‘정규직화’ 합의…노노갈등 불씨 여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속기관을 설립해 콜센터(고객센터) 직원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지난 10월21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제15차 사무논의협의회 회의에서는 고객센터 운영방식을 현행 민간 위탁 방식에서 소속기관(직접 수행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소속기관 신설은 공단 직접 고용과 자회사 고용 사이 일종의 절충안이다. 소속기관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자회사와 달리 공단과 같은 법인이다. 법적 지위도 공공기관에 속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인정받는다. 행정 관리체계나 규정, 채용, 인사, 임금 등도 공단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건보공단 내 정규직 직원들 대다수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10월2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콜센터 상담사의 직고용이 사회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단 내 공정가치연대는 11월에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 역에 상담사들의 직고용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타투이스트유니온

타투, 여전히 불법의 영역 머물러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해줘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기소된 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달 10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회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목적에 비춰보면 문신시술은 과정에 감염, 화상, 피부염 등 증상이 발병할 위험이 있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김 지회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 지회장은 판결 후 기자와 만나 “대법원 판례를 뒤집으려고 시작한 싸움”이라며 “대법원에서 타투 행위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받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인데 국가가 누구의 호불호를 법률로 재단하는 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앞서 김 지회장은 지난해 11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정 신청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다. 지난 1992년 대법원에서 눈썹 문신을 포함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타투와 반영구문신 합법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입법화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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