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과 규모의 불경제(diseconomy of scale)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과 규모의 불경제(diseconomy of scale)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1-27 13:22:45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이 영화는 조지프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에 영감을 얻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영화는 명분 없는 전쟁에 회의를 느껴 정글 깊숙한 곳에 숨어버린 미군 특수부대 대령 커츠(말론 브란도)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은 윌라드(마틴 쉰) 대위가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을 통하여, 미국의 치부를 드러낸 작품이다.

윌라드는 커츠를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전쟁의 광기어린 현장을 목격한다. 네이팜탄을 실은 헬리콥터기로 베트남 마을을 폭격하면서 서핑을 즐기는 전쟁광 킬고어(로버트 듀발) 대령-배경음악인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은 전쟁광들의 무자비한 집단학살의 참혹성과 추악함을 극렬하게 보여 준다-, 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들의 광란의 쇼, 헬기의 소음과 정글에 쏟아지는 빗소리-이에 덧붙여 암울하게 울려 퍼지는 도어스의 ‘The End’는 비극적인 전쟁의 종식은 물론,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 처절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죄 없는 베트남인들의 살해 등의 과정을 거치며, 커츠 대령을 만나게 된다. 커츠는 바이런의 시를 읊조리면서도 태연히 사람의 목을 따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또한 그는 군 최고의 엘리트였지만, 미국이야말로 인류의 적이라는 것이라 깨달으면서 허무주의에 빠져있었다. 사실 그는 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한편, 전쟁에 매혹당해 있었다. 그를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짐승을 잡는 장면과 오버랩되고, 그는 “공포”라고 외친다. 윌라드는 커츠를 살해한 뒤 환각 상태에서 강물을 거슬러가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한국군과 미국군 같은 외국측의 희생을 제외하고도 사이공정부쪽에서 “정부군이 11만 이상 전사하고 49만 9천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민간인도 41만 5천명이 사망”하였고, 하노이쪽에서도 “정부군과 베트콩을 포함하여 110만명이 사망하고 60만명이 부상”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유인선,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 이산, 2002. 3. 7. p.424.) 이 베트남 전쟁은 대한민국 군대가 외국에서 싸운 첫 전쟁이었다. 1965년 비둘기부대의 파견을 시작으로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해병대 1개여단(청룡부대) 맹호부대 백마부대 등 국군 4만8000여명이 파병되었다. 베트남파병으로 전사자 5400여명, 부상자 2만여 명이라는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고엽제 환자 등 참전 군인들의 아픔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국군장비의 현대화와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경제발전의 초석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엄청난 경제력과 군인을 투입한 전쟁에서 철저히 패배한 전쟁이다. 바둑에서 ‘대마불사’라는 말과도 같이, 경제학에서는 대규모의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라 한다. 이는 1776년 아담스미스의 저서 '국부론'에서 처음 소개된 후 200년이 넘게 산업사회를 지배해왔다. 즉, ‘규모의 경제’란 생산설비를 확대하여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어느 한도까지는 재화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평균비용이 감소되어 경제적 이익이 증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를 ‘규모의 불경제’(diseconomy of scale)라 한다. 이는 시설, 투자, 인구, 도시 등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단위투입당 편익이 감소하거나 단위당 장기평균비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든 투입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할 때 생산은 이보다 더 큰 비율로 증가하게 되면 그의 생산함수는 규모경제를 실현시키게 되고, 생산의 증가비율이 투입의 증가비용보다 더 낮아지게 되면 규모의 불경제를 가져오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베트남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자기 한계를 알고 ‘게릴라전’을 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실패요인은, 첫째, 낮에는 미국편 밤에는 베트공 편에 서는 베트남민의 속성을 몰랐다. 이는 베트남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둘째, 월남(그 당시 표현임.) 측의 부정부패 때문이다. 승리는 반드시 큰 힘을 가진 자의 몫은 아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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