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떡국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2-01-28 15:26:19
박용준 원장
새해를 맞이하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한 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며 새해 설계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양력 1월 1일을 신정(新正)이라 하여, 음력 1월 1일 구정(舊正)과 구분하여 공식적인 설날로 정한 이후, 이는 1989년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지내온 음력 설날을 정식적인 설날로 정해달라는 국민의 보이지 않는 요구에 마침에 정부는 1985년에 ‘민속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음력설을 공휴일로 정했다.
 
1990년에는 음력설과 양력설 모두 사흘씩 쉬는 과도기를 거쳐, 1991년부터는 양력설의 연휴를 하루 줄이고, 1999년부터는 1월 1일 하루만 휴일로 지내게 하였다. 또한 신정(新正)이라는 명칭도 버리고 그냥 ‘1월 1일 공휴일’이라고만 표현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설날은 음력 1월 1일로 정하여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양력 1월 1일 또한 설날의 고유 음식인 떡국을 끓여 먹으며 새해를 맞는 가정도 많음을 주변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이 날은 가족 중심의 시간으로 보내고, 음력 1월 1일 설날에는 친척들까지 포함한 시간으로 함께 하기에 어쩌면 더 좋은 시간을 두 번 즐기는 장점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튼 설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우리 민족의 마음에 자리한 각별한 설날에 대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해 왔는데, 조선시대 홍경모가 저술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인 김매순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는 당시의 새해 풍속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학자 유득공이 쓴 『경도잡지(京都雜誌)』에는 꿩고기를 이용해 떡국을 만드는 방법이 실려 있다.

떡국(왼쪽)과 가래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떡국을 ‘백탕(白湯)’ 혹은 ‘병탕(餠湯)’이라 적고 있다. 즉, 겉모양이 희다고 하여 하얀색 백에 탕국 탕 자를 써서 ‘백탕’이라 했으며, 떡을 넣고 끓인 탕이라 하여 떡 병, 탕국 탕을 써서 ‘병탕’이라 하였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전통의 중심에 있는, 흰색의 떡은 순수를 상징하고, 긴 떡 가락은 오래오래 건강히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며, 둥그렇게 자른 떡국 떡은 동전을 닮아 부와 재물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경도잡지(京都雜誌)』에 소개된 것처럼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는 원래 꿩고기가 으뜸이었다. 하지만 꿩고기는 일반적으로 구하기가 쉬운 식재료가 아니어서, 일반인들은 닭고기로 떡국의 국물을 만들다가 지금은 대부분 쇠고기를 이용한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흔히 닭고기를 1고(高) 3저(低) 음식이라고 부른다. 단백질 함유량이 높기에 1고(高), 지방, 콜레스테롤, 칼로리는 상대적으로 낮아 3저(低)라는 별명이 붙여진 말이다. 단백질은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의 근원으로 면역력 강화는 물론이고 근력을 튼튼하게 한다. 지방과 콜레스테롤, 그리고 칼로리도 낮기에 살찔 염려 없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로운 식재료가 닭고기인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닭은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여 소화를 돕고, 기운을 나게 하는 성질을 지녔기에 몸이 차거나 몸이 허약할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탄수화물이 중심인 떡과 단백질이 주재료인 닭고기로 떡국을 끓여 먹으면,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새롭게 한 해를 맞는데 힘이 되어 준다. 

어렵고 힘든 사연이 많고 많았던 지난 해를 보내고, 새롭고 희망찬 한 해를 맞이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 새하얀 가래떡에 담긴 순수하고 깨끗하며 장수를 빌고 재물도 가득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영양은 물론 맛도 좋은 떡국을 끓여 먹으며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정(情)이고 새로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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