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동물원이 기르던 낙타가 병들어 죽자 사체를 같은 동물원 내 맹수의 먹이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동물원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사육장 동물을 방치해 논란을 빚었던 곳이다.
13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와 JTBC에 따르면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A동물원은 사육하던 암컷 낙타 다리에 종양이 생겼지만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
사육사가 낙타의 증상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동물원 대표에게 보고했지만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낙타는 지난 2월 죽었다.
낙타가 폐사하자 동물원 대표는 사육사들에게 사체를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잘라낸 사체 일부는 호랑이에게 먹이로 줬다.
나머지 사체 일부는 2년이 넘게 낙타 우리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 우리에는 현재 수컷 낙타가 한 마리가 지내고 있으며,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물원의 사육사는 JTBC와 인터뷰에서 “(죽은 낙타가) 친구 같은 존재여서 토막을 냈다는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많이 받았다”며 “동물 쪽으로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는 이 길을 못 걷는다”고 밝혔다.
비구협은 낙타 우리에 방치된 수컷 낙타 ‘햇님이’를 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규협은 “햇님이를 구조하기 위해 동물원측과 협상을 시도했다”면서 “나이가 30살이 넘은 외등 낙타의 경우 동물거래 시장에서도 거의 시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금액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폐쇄된 동물원 자리에 방치되고 있는 햇님이를 구조하기 위해 대구시청과 환경부에 건의해 법률적, 행정적 압박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