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큰비가 온다니 걱정이 앞선다. 제발 이번만큼은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면서 5일 오후 강남역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가주인은 창밖으로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한숨짓는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북상중인 가운데 5일 12시 현재,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180km/h의 세력으로 제주 남쪽 390km까지 접근해 시속 17km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힌남노는 강풍반경이 400㎞에 달하는 매우 큰 태풍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이 불고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라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의 규모와 세력은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며 "전남과 경상도 대부분, 전라도 동부, 충청도 남부 일부, 강원도 남부 일부 등 폭넓은 많은 지역이 폭풍반경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번 태풍 같은 규모와 세기에 있어선 지금 태풍의 경로가 동쪽이냐, 서쪽이냐 하는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워낙 크고 강력한 태풍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나 무조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힌남노’ 북상 소식에 지난달 집중호우의 피해가 채 가시지 않은 서울 강남과 서초구 일대에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폭우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건물과 아파트는 물론 일부 상가는 문마다 물막이판을 설치했고 곳곳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놓았다. 쓰레기 등이 쌓여 물이 제때 빠지지 못해 침수 피해를 유발했다고 지적됐던 강남역 일대 빗물받이도 태풍에 대비해 대부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지난 8월 초 강남역 침수로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겨 한 때 주민 1937명이 대피했던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배수구를 정비하고, 각 동 입구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는 등 철저히 대비에 나섰다.
서초구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침수피해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추가 배치하고, 맨홀뚜껑을 정비했다.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덮개를 제거하는 등 점검과 정비도 모두 마쳤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강남역, 방배역, 사당역, 내방역 일대 등 침수 취약 지역을 지속해서 순찰중이다. 하천 고립사고를 막기 위한 하천순찰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빗물펌프장 설비 작동도 점검했다”고 밝혔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