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도미노 현상처럼 너도 나도 함부로 버려 금방 쓰레기장으로 변해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해외여행길도 막혔던 지난 3년간 감염 위험을 피해 야외에서 활동을 즐기려는 캠핑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600만명에서 지난해 기준 700만명을 넘었다고 추산하고 있다.
국내 캠핑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쓰레기 무단투기와 무분별한 불법 취식 행위, 고성방가, 텐트 알박기 등 일부 캠핑족에 의해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주민들의 원성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노지 차박(차 안에서 잠을 자는 캠핑)과 캠핑 성지로 유명해진 강원 원주시 부론면 섬강 일대를 지난 4일 돌아 보았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기 위해 섬강과 어우러진 갈대밭 사이로 차박과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만난 캠핑 동호회 회원 김성원(56)씨는 "과거보다 인식이 많이 바뀌어 대부분의 캠퍼들은 쓰레기를 챙겨가지만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면 도미노 현상처럼 너도 나도 함부로 버려 금방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몰상식한 소수 사람들 때문에 노지 차박지 명소들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섬강 갈대 밭에서 텐트를 정리하며 쓰레기를 챙기고 떠나려는 김모씨(45)에게 쓰레기 처리에 대해 물음에 당연하듯 "집에 그대로 가져가 분리수거해 버린다"라며 "기본적인 시민의식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날 섬강 강변 일대에서는 일부 비양심적인 캠핑족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와 비닐, 플라스틱류, 음식물 쓰레기, 맨바닥에 불을 피웠던 행위 등 흔적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쓰레기를 수거하던 시 관계자는 "입구에 쌓여있는 쓰레기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치우지만 부지가 워낙 넓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치워도 끝이 없고 인력도 부족해 한계가 있다"라며 "관리주체가 없어 노지 차박과 캠핑을 즐기는 시민들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당부한다.
섬강 일대를 여기저기 둘러보다 문득 노지에서 화장실이 급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남자끼리 놀러 온 캠퍼에게 물어보니 "소변은 남들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대변은 삽으로 땅을 파고 묻는다"라고 말했다.
화장실 관리가 잘 이뤄지고 낚시도 즐길 수 있는 캠핑 성지 상황은 어떨까.
"솔직히 짜증나요"
전라북도 군산시 선유교 인근 주차장에서 차박과 캠핑, 낚시 등을 즐기는 일부 시민들이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 홍성희(55)씨는 "자기 자식이 보는 앞에서도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까지 무단으로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다면서 일부 사람들 때문에 동네가 오염된다"면서 "쓰레기는 꼭 가져가달라"라고 하소연했다.
차박을 즐기는 최미순(60)씨는 "2년 전부터 여기서 가끔 캠핑을 즐겼는데 과거에는 주차장 한가운데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라며 "요즘은 문제의식이 생겨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그나마 적어졌고 자신의 쓰레기가 아닌데도 챙겨가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곳이든 캠핑을 즐겼던 흔적이 안 보이게 주변 정리와 쓰레기는 꼭 가져가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주민 A씨는 "현수막을 걸어놔도 본척만척한다. 기본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라며 "캠핑객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화장실에 버리는데 막히면 골치 아프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화장실 전기도 차량에 연결해 불법으로 쓰고 오폐수도 함부로 버린다"라고 하소연했다.
'일어탁수(一魚濁水)' 한 마리의 물고기가 물을 흐린다는 뜻으로, 한 사람의 잘못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쓰는 말이다.
일부 시민들의 무질서한 캠핑 행위가 지속된다면 노지 차박·캠핑 명소들은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에 의해 하나 둘 사라질 것이다. 캠핑 동호회 회원 임지영(26)씨는 "노지 캠핑 명소 정보를 남들에게 알려줘서 유명해지면 나중에 사라지게 될까 봐 믿을만한 분들이 아니면 공유를 안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캠핑 동호회, SNS, 유튜브 등 클린 캠핑 문화를 조성하고 있지만 결국 본인이 먼저 잘 지켜야된다."라고 강조했다.
화성·군산·원주·인천=글·사진 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