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묘년이 시작된 지난달 1일 대구 운암중학교 2학년 학생 7명은 A군의 외가댁인 경남 거창군의 한 농촌마을로 여행을 갔다.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은 모든 것이 즐거웠다.
한껏 들뜬 마음에 잠이 오지 않던 아이들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산책에 나선 아이들은 마을 한 쪽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했다. 불이었다.
아이들은 침착하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먼저 119에 전화를 걸어 불이 난 상황을 알렸다. 이어 불이 난 집에 들어가 잠들어 있던 노부부를 깨워 대피시켰다.
하지만 커져가는 불길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마을 곳곳에는 볏짚‧장작 등이 쌓여 있어 자칫 불씨가 바람에 날리기라도 하면 큰 불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
아이들은 물을 퍼 나르며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곧이어 소방대원들이 출동했고, 진화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아이들의 침착하고 신속한 대처로 불길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인명피해도 없었다.
아이들은 이날의 공로를 인정받아 6일 거창소방서장 명의의 표창장을 받았다.
화재를 처음 발견한 임도영 학생은 “평소 학교에서 배운 화재 시 행동요령 등 안전 훈련 덕분에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해 다행히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호진 운암중 교장은 “앞으로도 학생들이 화재 등 사고 상황에서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실생활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운암중학교는 학생들이 화재 등 실제 사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대구교육청 학교 현장 재난 대응ㆍ안전관리 매뉴얼’등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인근 소방서 등과 함께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