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문화권에서 로만글라스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가야문화권에서는 합천 옥전고분군 M1호분과 김해 대성동고분군 91호분에 이어 3번째이다.
함안군과 경남연구원(원장 송부용)이 지난 2021년 발굴조사한 말이산 75호분에서는 5세기 무렵 중국 남조(南朝)에서 제작된 연꽃무늬 청자그릇 1점이 출토됐으며 그 주변에서는 일반적으로 ‘로만글라스’라 칭하는 둥글게 말린 장식이 달린 감청색 유리 조각이 수습됐다. 이와 함께 2022년 말이산고분군 북쪽지역 시굴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리 조각이 1점 출토됐다.
이러한 유리조각은 기존 경주의 금관총과 사천왕사지, 김해 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 예가 있는 것으로 함안군과 경남연구원에서는 자연과학적 분석을 위해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유리의 생산지 확인을 통해 유입 경로를 파악하고자 함안 말이산고분군 출토 유리 조각 2점과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경주 사천왕사지에서 출토된 유리 조각 각 1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4점의 유리 조각은 칼슘(라임)의 함량이 높고 알루미나 함량이 낮아 로만글라스라 부르는 소다-라임 유리[이하 로만글라스(소다-라임 유리)]로 확인됐다.
또한 일반적으로 로만글라스(소다-라임 유리)는 소다 원료를 기준으로 크게 로마유리(Roman glass) 또는 사사니아유리(Sasanian glass)로 구분되어 왔으나 금번 분석한 4점 유리의 경우 기존의 두 분류 범주 사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존 분류와는 다른 제3의 범주에 속하는 로만글라스가 존재하였음을 보여준다.
소다-라임 유리는 용융온도를 낮추기 위해 소다(Na2CO3)를 융제로, 라임(CaO)를 안정제로 첨가하여 제작한 유리이다. 로마유리는 로마제국에서 생산된 유리를 일컬으며, 제작 원료로 네트론(Natron) 광물을 이용하여 제작되어 네트론유리(Natron glass)로 칭하기도 한다.
사사니아유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산제국(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 제작된 유리로 식물재를 원료로 제작되어 식물재유리로 칭한다.
또한 로만글라스 형태의 유리 용기 조각이 함안, 김해 등 영남권역에서만 발견되는 점을 볼 때 제작지와 제작 원료가 다양한 로만글라스가 고대에 한반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함안군 관계자는 “금번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통해 5~6세기 한반도에 유입된 로만글라스에 대한 보다 폭넓고 세밀한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말이산고분군 출토 연꽃무늬 청자그릇과 더불어 아라가야의 대외교역과 교류양상에 대한 조사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그 일환으로 경남연구원과 더불어는 유리조각이 출토된 말이산 북쪽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올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말이산고분군 등에서 출토된 4점 유리조각에 대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과학적 분석결과는 오는 29일 한국문화재보존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함안=최일생 기자 k755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