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지원하고자 출시한 ‘청년 전·월세 대출’의 규모가 약 약 17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관련 법적 근거 부재로 임대인의 전세 사기에 따른 피해자 파악이 불가능해 문제가 발생할 때 제대로 된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청년 전·월세 대출 지원 내역’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2019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취급한 청년 전·월세 대출 건수는 모두 30만5539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 취급 금액은 17조7141억원에 달한다.
청년 전·월세 대출은 문재인 정부가 무주택 청년 지원을 위해 2019년 5월에 출시한 정책 금융 상품이다. 당시 전세 대란 등으로 전셋값이 폭등했던 2021∼2022년 사이 20만여건이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청년 전·월세 대출은 요건을 낮춘 정책금융 상품 특성상 담보 설정 시 선순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도록 설계된 탓에 전세 사기 등과 얽혀 보증금을 고스란히 떼이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벌어진 ‘건축왕 사건’ 피해자들 중 청년 전·월세 대출 이용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가 확인한 청년 전·월세 대출(대환용) 임차인 수는 19명(총 24억10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환용 청년 전·월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중 2.4%에 불과한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청년 전·월세 대출의 심사 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허위 임대계약서를 만들어 은행들로부터 60억원이 넘는 전세 대출금을 가로챈 일당이 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세계약서, 전세계약금 납입영수증 등만 제출하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청년 전·월세 대출로 인한 사기 피해는 안타깝게도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뒤집어 쓰게 된다. 대출을 해준 은행 등은 주택금융공사에서 피해금을 보전받지만, 임차인은 별도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경우가 아니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년 전·월세 대출을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에 발목이 잡혀 전체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령은 전세자금 보증 건의 경우 신청인(임차인) 외의 제3자(임대인) 정보 수집을 못 하게 하고 있다.
강민국 의원은 “정부가 30만여 건에 달하는 정책 금융 상품을 공급하면서도 정작 전세 사기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행령을 고쳐 임대인 정보를 취급하도록 해 전세 사기 가해자나 위험인물을 골라낼 수 있도록 한다면 청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사전에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