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암호자산시장이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만기 및 유동성 불일치 등 리스크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어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다소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파급위험에 대비한 포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18일 ‘BOK이슈노트: 주요 사건을 통해 살펴본 암호자산 시장의 취약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글로벌 암호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부정적 사건들의 원인은 지속 불가능한 사업구조,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 레버리지, 불투명한 재무상황 등 과거 금융시장에서 발생했던 리스크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해 발생한 암호자산 테라·루나 가치 급락, 셀시우스·쓰리애로우즈캐피털(3AC) 파산, 세계 최대 암호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 주요 사건 등을 점검한 결과 과거 전통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취약성과 유사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암호자산 시장은 주요국 통화 긴축으로 금융 여건이 바뀌는 가운데 테라·루나 가치 급락과 암호자산거래소 파산 등 사건·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침체기(crypto winter)에 빠진 상태다.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의 시가총액은 2021년 말 2조30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8000억 달러로 64%나 감소했다.
지속 불가능한 사업구조, 유동성 리스크, 레버리지, 불투명한 재무상황 등 과거 금융시장에서 발생했던 리스크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국내 암호자산 생태계는 암호자산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 금지 등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적 접근으로 인해 단순 매매 중개 위주의 거래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암호자산사업자의 활동 영역도 여타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한은은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사건이 국내 시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한은은 전통 금융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호자산 업체의 사업구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위험 평가가 쉽지 않은 데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지윤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글로벌 암호자산 시장과 비교해 국내 암호자산 시장의 취약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암호자산과 전통 금융시스템 간 연계가 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포괄적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적 기능 측면에서 전통 금융기관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행위·동일위험·동일규제’ 관점에서 암호자산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국 규제의 속도·강도와 보조를 맞출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