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129주년을 기념해 세계 근대혁명을 소재로 한 국제포럼이 전북 전주에서 열렸다.
전주시와 전주국제혁명예술포럼조직위원회는 2일 전북대학교 건지아트홀에서 ‘제3회 전주동학농민혁명기념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을 열었다.
‘혁명문학과 영화’를 주제로 지난 2021년 처음 시작된 전주동학농민혁명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은 지난해 ‘혁명의 노래’에 이어, 올해는 ‘혁명의 미술’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농민화가이자 동학농민혁명 연작판화를 일생에 걸쳐 그리고 있는 박홍규 화백이 ‘그림으로 보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를 맡았다.
박홍규 화백은 대학 졸업 후 전북으로 내려와 농민운동에 투신해 농촌과 농민에 대한 그림을 주로 그려왔다. 그는 또 지난 20여 년 동안 동학농민혁명과 당시의 농민들을 그리는 작업에 매진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운동가이자 화가 홍성담이 ‘현대 아시아의 미술’을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맡았다.
광주 출신의 홍성담 화백은 대표적인 민중화가로, 학생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고 이후 미술운동에 참여했다. 지난 1989년에는 ‘민족해방운동’을 그렸다가 투옥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최근엔 미얀마의 민주화투쟁과 우크라이나 전쟁반대 투쟁을 지원하는 미술운동을 이끌고 있다.
또한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미술사가인 토마스 뮐러(Thomas T. Müller) 독일 마틴루터박물관장과 안소니 쉘튼(Anthony Alan Shelton)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교수, 영국의 미술평론가인 딕비 워드 알담(Digby Warde-Aldam) 등 3인의 해외 연사가 각각 ‘망치, 칼, 무지개. 예술 속 농민 봉기의 상징’과 ‘예술, 혁명과 시간의 종말, 멕시코, 1847-1950’, ‘진압 경찰도 사람이다: 1968년 5월이 준 교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독일농민전쟁의 미술에 대해 발표를 맡은 토마스 뮐러 박사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독일농민전쟁의 발상지이자 토마스 뮌처의 주 근거지였던 뮐하우젠의 박물관장으로 일했다. 독일농민전쟁은 급진 종교개혁가 토마스 뮌처가 일으킨 혁명으로, 그 역시 전봉준과 비슷한 운명의 길로 갔지만 그의 혁명은 유럽 종교개혁의 씨앗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미술에 대한 발표를 맡은 안소니 쉘튼 교수는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비평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이번 포럼에서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벽화운동 등 매우 전투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남미 저항미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딕비 워드 알담 미술평론가는 1968년 유럽과 전 세계를 휩쓸었던 ‘68혁명’을 소개하며 “68혁명은 그 어느 곳에서도 완결되지 못했지만 이후 세계사 특히 문화사에 깊고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이기홍(화가), 김기현(화가, 미술평론가), 이나바 마이(일본 미술평론가) 등 3인의 논평이 이어졌다.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국제포럼이 끝난 이후에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국내 작가 50여명이 참여한 ‘혁명, 그리고 혁명 그 너머의 것들’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회 개막식도 진행됐다. 전시회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며, 전시기간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황권주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해 전세계 혁명·저항운동을 ‘혁명의 미술’이라는 주제로 알아본 이번 국제포럼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이 세계 혁명사에 깊이 각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