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병원, 이중적 행태 논란…“전북도에 지원 요청, 의약품 납품은 외지업체에”

예수병원, 이중적 행태 논란…“전북도에 지원 요청, 의약품 납품은 외지업체에”

전북도에 좌초위기 빠진 어린이재활센터, 권역재활센터 건립 지원 요구
600억원 규모 의약품, 진료재료 납품업체 입찰은 지역 업체 외면

기사승인 2023-06-13 11:02:12
예수병원 전경

전북 전주 예수병원이 좌초 위기에 빠진 공공 어린이재활센터와 권역재활병원 건립 추진을 위해 전북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가운데, 정작 병원 측은 전북을 외면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전주 예수병원에서 전북도청까지 전북도에 예수병원 공공 어린이재활센터와 권역재활병원 건립 지원을 촉구하는 걷기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예수병원 내 어린이재활센터와 권역재활병원이 들어서길 염원하는 어린이 가족들과 장애인단체, 도민 등이 대거 참여했다. 좌초위기에 빠진 사업 추진을 위해 도민들이 직접 전북도의 적극적 행보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예수병원은 정부에 의해 지난 2019년 9월 공공어린이재활센터, 2021년 8월에는 전북권역재활병원 건립 주체로 선정됐다. 각각 추진되던 이들 사업은 이후 재활의 특성을 고려해 전북권역재활병원 내에 공공어린이재활센터를 두는 방식으로, 두 사업을 연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사업 추진에 가장 큰 문제는 비용, 예산이 문제였다. 애초 두 사업은 총 사업비 560여억원 규모로 시작됐으나, 우크라이나전쟁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등으로 물가가 상승하자 그에 따른 공사비 200여억원이 추가됐다. 

이에 시행 주체인 예수병원이 추가비용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호소하며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자, 도민들이 나서 전북도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 당사자인 예수병원은 도민건강을 이유로 전북도와 정부의 추가예산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병원 측은 지역을 외면하고 600억원 규모의 의약품과 진료재료(의료소모품) 납품 사업을 외지업체에 맡기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전북지역 의약품 및 진료재료 업체들에 따르면, 예수병원은 지난달 23일 병원 홈페이지 입찰정보란과 나라장터 및 원내 게시판을 통해 ‘예수병원 의약품 구매대행 및 진료재료 물류구매대행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참가자격은 신용평가등급 B등급 이상의 의약품 구매대행 및 진료재료 물류구매대행이 가능한 업체로, 2개사의 공동수급도 가능한 조건이었다. 다만, 공고일 전일 기준 최근 2년 내 종합병원(600병상 이상)에 1년 이상 납품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특히 진료재료 물류구매대행의 경우 상기사항 포함 연간 납품실적금액 300억원 이상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역 의료업계에 따르면, 전북의 경우 예수병원이 내건 해당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의약품의 경우 2곳, 진료재료의 경우는 단 한 곳도 해당되는 업체가 없이 전무한 상황이다. 도내 의약품 업체 역시 입찰에 참가하려면 진료재료 조건을 갖춘 외지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급박한 입찰일정이 또 발목을 잡았다. 예수병원 측은 지난달 23일 입찰공고 후 8일이 지난 같은 달 31일 병원 내 잉골드홀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는 의약품은 10개 업체, 진료재료는 6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대규모 공개입찰이라 업계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설명회 자리에서 2개사의 공동수급 방법이나 구매 후 9개월이 지난 뒤 결재하겠다는 등의 구체적 입찰정보들이 공유됐고, 이로부터 7일 후인 지난 7일 입찰참가신청서 및 제안서 접수가 마감됐다. 일부 조건을 갖춘 회사가 2곳 밖에 없는 상황이고, 설령 공동수급을 하려해도 타업체와 조율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은 실정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지역업체를 배제하고 외지업체를 염두에 뒀다는 의혹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예수병원의 연 매출액은 의약품의 경우 300억여원, 진료재료 역시 3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재활센터와 권역재활병원 설립 지원에 전북도가 적극 나서줄 것으로 요구하면서도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는 외면한 채 외지업체에 고스란히 약 600억여원을 헌납하는 꼴이다.

지역 의료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조건도 너무 까다롭고 시일도 촉박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서 “말로만 제한경쟁입찰이지 사실상 외지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수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의약품과 진료재료(의료기) 수급에 문제가 많아 안정된 공급사 선정을 위해 공동수급을 통한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입찰기간은 늘리고 참가자격 기준은 조금 완화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할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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